해운업계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슈퍼갑질"
자회사 설립계획 진행 시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 연대도 검토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슈퍼갑의 일방적 의사소통이다. 포스코는 수십년간 상생해온 해운업계와 협의 한번 안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합동기자회견'에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운중개업협회, 한국선주협회는 이날 한데 모여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 철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계획을 진행할 경우, 한국노총을 비롯한 각종 노동단체와 연대·대응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자회사 설립을 의결했다. 연내 본사,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널에 분산돼있는 물류팀을 합쳐 ‘포스코GSP(가칭)’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매출규모는 3조원, 연간물동량은 약 1억6000톤가량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그룹은 물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해운물류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운업계는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회 회장은 "그룹 내부에 분산된 물류 효율화를 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내부에 물류 담당 조직을 만들면 되는 일"이라며 "외부에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사업범위 확대를 노린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스코 관계자가 대화를 하면서 철강제품을 미주로 수송했다가 들어올 때 빈 배보다는 곡물을 싣고 들어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냐고 말한 적 있다"며 "사실상 해운회사를 만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진출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같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기업-해운사 직접 계약 시스템이 물류자회사를 통한 계약으로 바뀌면 자회사가 통행세(10%)를 가져가게 된다. 향후 철강제품 수송, 제철원료 수송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향후 다른 기업들의 해운업계 진출이 이어질 경우, 7~8개 대기업이 컨테이너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벌크선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기준, 국내 8대 기업 물류자회사의 매출액은 36조3000억원으로, 157개 해운사의 매출액(29조5000억원)보다 높은 상황이다.

임병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해운사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해운사들의 장기운송계약이 불투명해져 신조선 선박 투자 여력이 부족해지고 산업 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 측은 이에 대해 "현재 포스코는 저가 제한 입찰제를 도입해 운영해 기존과 달라질 게 없고 통행세도 받지 않는다"며 "해운업계와 소통하고 있고, 향후에도 스마트화, 친환경화를 선도해 파트너사와 상생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해상기업도 살리고 화주 기업의 이해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해운법에 화주 기업이 물류자회사에게 물량의 30% 이상을 주면 안된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며 "나머지 70%는 공개적인 입찰을 거쳐 공정한 거래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