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연구에 3년간 120억 투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과 KT가 손잡고 감염병 대비 솔루션을 개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범 대응 국가로 한국을 수차례 언급했던 게이츠가 이번에는 거액을 투자해 한국 ICT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사진)가 이끌고 있는 게이츠 재단과 KT가 감염병 예방 솔루션을 개발한다.

KT는 게이츠가 이끌고 있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투자를 받아 3년간 120억원 규모의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KT 관계자는 "게이츠 재단은 한국이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연구를 원했다"며 "양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예방 솔루션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인공지능 기반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게이츠 재단은 연구에 소요되는 비용 중 50%를 펀드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KT는 신뢰도 높은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고려대학교의료원 김우주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모바일 닥터’, ‘메디블록’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독감 감시체계 운영, 병원체 유전자 서열 분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독감 유입 및 유행 예측 모델링 △모바일 닥터는 앱 기반 독감 진단 데이터 분석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데이터 공유 플랫폼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

KT는 첫 번째 과제로 모바일 닥터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독감 유사 증상을 스스로 입력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앱은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측정된 이용자의 체온, 독감 증상 등을 저장한다. 이후 앱에 축적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독감 가능성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완성할 예정이다.

더불어 KT는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구 이동 이력과 독감 유전체 검사 데이터, 독감 유행지역을 분석해 독감 확산 경로를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지역별 독감 발생추이를 분석하고 지역별 독감 시즌 예측 모델도 개발한다.

KT는 게이츠 재단과 진행하는 이번 연구가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대응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로 개발된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감염병 유행 이전에 위험을 알려, 감염병 조기진단에 도움을 주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재단 앤드루 트리스터(Andrew Trister) 디지털보건혁신국 부국장은 "빅데이터 분석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질병의 이동·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시간을 절약하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KT의 연구는 한국뿐만 아니라 감염병 위험에 처한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게이츠 재단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경제포럼(WEF) ‘데이터혁신 워킹그룹’을 통해 두 회사는 첫 만남을 가졌고, 이듬해인 2019년 4월 한 포럼에서 KT가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 등을 발표한 것을 게이츠 재단에서 눈여겨 보면서 이번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재단은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고 한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을 통해 모든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재택근무·온라인 개학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전홍범 KT 부사장은 "KT는 게이츠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