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1000만원 신설하고 별도 시장서 관리하기로

금융당국이 기초자산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증권) 등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주가지수를 단순히 추종하는 ETF 등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상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7일 현재 전체 ETP 시가총액은 약 54조원(ETF 46조원, ETN 7조원)이다. 이 중 레버리지(±2배) 상품의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올해 전체 ETP 거래대금의 61.1%가 레버리지 ETP에 몰리는 등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과열 양상을 보여온 레버리지 ETP 상품에 기본예탁금을 설정하고 투자자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며 이들 상품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시장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는 이르면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우선 상품 구조가 레버리지 ETP를 매수하려는 개인 일반투자자에 대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받아 진입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 1000만원,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경우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부과되고 있다. 금융위는 또 레버리지 ETP를 신용거래 대상에서 제외하고 위탁증거금 100% 징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시장에서 레버리지 ETP를 퇴출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 ELW가 초단타매매거래자 불공정거래 사건 등으로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최소예탁금 1500만원을 설정하고 사전교육제도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ELW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아예 레버리지 ETP는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시장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파생상품의 위험도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고 내재된 위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상장심사, 투자자 진입규제 등 투자자보호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ETF, ETN의 과열이 사회문제가 되자 대형 운용사들이 나스닥 같은 거래소에 서한을 보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같은 경우에는 기존 ETF와 상품의 위험도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니까 거래소가 차별적으로 관리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비슷한 문제 의식"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거래소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