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노원구의 꽃집. 스승의 날을 하루 앞뒀지만, 가게에는 대부분 장미꽃과 화분만 눈에 띄었다. 지난 8일 어버이날 때 팔리지 않은 카네이션 꽃다발 2개만이 가게 한쪽 구석에 놓여있었다.

꽃집 주인 김모(62)씨는 "오늘이 ‘로즈데이’라 그나마 수요가 있는 장미꽃만 30단(6000송이) 들여왔다"며 "개학도 안 한 상황에서 카네이션은 찾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한 단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꽃 수요 자체가 줄어들자 화훼 농가에서 도매와 소매로 이어지는 업계 전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소매 꽃집들은 2월 졸업식부터 5월 가정의 달까지 이어지는 대목까지 놓치면서 ‘줄폐업’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 뒤 초·중·고교 개학이 재차 연기되면서 소매 꽃집들은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스승의 날 장사도 어렵게 됐다.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꽃집 앞에 장미 등 꽃이 놓여 있다.

이날 둘러본 다른 소매 꽃집들에도 카네이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동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올해 어버이날에는 작년보다 카네이션이 30%가량 덜 팔렸다"며 "말 그대로 대목은 다 지나가버리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노원구의 한 꽃집은 아예 오전 장사를 포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꽃집 주인은 "늦은 오후부터 퇴근길에 맞춰 저녁 장사만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카네이션은 8161속(10~20송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1만4664속과 비교해 반토막(55.7%) 수준이다. 카네이션 중 거래량이 많은 ‘대륜(혼합)’과 ‘스프레이(혼합)’는 각각 전년 대비 25.3%(587속), 41%(2316속) 감소했다. 한 줄기에 꽃 한송이가 핀 것이 대륜(혼합)이고 여러 송이가 핀 것이 스프레이(혼합)이다.

aT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카네이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꽃 거래가 줄었다"며 "5월 들어 조금 수요 등을 회복했지만, 하절기로 갈수록 꽃 소비가 줄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14일 서울 영등포역의 꽃집에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있다.

올들어 코로나 사태로 꽃 수요가 많은 결혼식을 취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사람들간 왕래가 줄면서 장례식 등과 각종 모임도 감소해 꽃집과 화훼 농가의 시름은 더욱깊어졌다.

그나마 화훼 농가는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꽃을 사주거나 자금을 지원하면서 화훼 농가 살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도매 업계도 코로나에 연기됐던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가 하반기부터 열리면 거래량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꽃 소매상들은 이같은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목이 지난 만큼 코로나가 회복되도 매출이 뛸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6월부터 소매 꽃집의 폐업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날 로즈데이를 맞아 장미꽃 50단을 들여온 가게는 20단 정도만 팔렸다고 한다. 꽃집 주인 김모(44)씨는 "작년에는 100송이나 50송이씩 사가는 손님이 있었는데 오늘은 20송이 사간 손님이 가장 많이 사간 것"이라며 "코로나로 이벤트 같은 것 잘 안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영등포역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70)씨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나 싶어서 기대했는데 다시 확진자가 늘어 포기했다"며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사정이 나은 편인데도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막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