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마인드' 마크 르보이 등 핵심 임직원 떠나
판매 둔화… 보급형 '픽셀4a' 출시도 연기돼

신제품 ‘픽셀4a’ 출시를 앞둔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픽셀 관련 주요 책임자들이 최근 구글을 떠난 것이 확인되면서다. VR(가상현실) 헤드셋 ‘데이드림 뷰', ‘픽셀북(노트북)’·’픽셀 슬레이트(태블릿)’ 등 손을 떼거나 축소된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메라 성능 책임졌던 마크 르보이, 3월에 구글 떠나

14일 디인포메이션 등 실리콘밸리 IT 전문 매체에 따르면 구글 스마트폰 픽셀의 카메라 성능을 책임졌던 핵심 엔지니어 마크 르보이(Marc Levoy)가 지난 3월 구글을 떠났다.

마크 르보이는 픽셀 카메라 개발을 진두지휘한 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로 현지에서 ‘마스터마인드(mastermind)’로 불리는 인물이다. 카메라는 픽셀의 최고 강점 중 하나로 평가돼왔다. 후면 두 개의 카메라와 AI(인공지능) 기술만으로 물리적인 카메라 3개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최고 사양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을 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 카메라로 평가되기도 했다.

마크 르보이 엔지니어가 작년 10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하드웨어 공개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그가 대형 스크린에 띄운 픽셀4로 촬영한 사진엔 밤하늘의 별, 아래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 뒤편에 조명이 켜진 붉은 색 텐트까지 뚜렷하게 잡혀 있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최적화 기술은 명성을 떨쳤다. 순간적으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합성하고 AI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광학 이론의 틀을 깼다는 평가였다.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중심 카메라(software-defined camera)’에 대해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Cnet)은 "스마트폰의 미래(the phone of the future)"라고 평가했고,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좋은 사진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며 "주제(피사체), 조명, 하드웨어(카메라, 렌즈) 등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세 가지 요소 중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버렸다"고 평가했다. 픽셀은 누구나 예술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스마트폰이었다.

마크 르보이가 구글을 떠났다는 소식에 업계가 깜짝 놀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탠퍼드대 교수이기도 한 그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함께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동문이기도 하다. 르보이는 2014년 구글에 합류, 2016년 첫 출시된 1세대 픽셀부터 지난해 10월 출시한 픽셀4까지 모든 제품에 관여했다.

글로벌 판매 둔화… 보급형 '픽셀4a' 출시도 연기

마크 르보이뿐 아니다. 픽셀 관련 제품 관리 부사장이자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를 해왔던 고위 임원 마리오 퀘이로즈(Mario Queiroz)도 지난 1월 구글을 떠났다. 픽셀의 글로벌 판매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4a 출시일이 오는 5월 22일에서 6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구글 스마트폰 사업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작년 10월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2019’에서 한 참석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구글 픽셀4를 촬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픽셀4는 출시 후 2분기(2019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안 약 200만대 출하됐다. 픽셀3 출시 후 첫 2분기 출하량(약 350만대), 픽셀3a 같은 기간 출하량(300만대)보다 100만대에서 150만대 적은 수치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점유율이 3%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작년 2분기 기준 구글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7%였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구글 글래스 등 과거에도 구글은 하드웨어 사업이 부진하면 과감히 손을 떼곤 했다"며 "코로나19 등 돌발 변수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점유율이 더 쪼그라들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향후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