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일관성을 유지해 운전자들에게 벤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전기차 컨셉트카 ‘비전 EQS’에 대해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은 이 같이 설명했다.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의 브랜드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주행 성능과 내외장 디자인 등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벤츠의 전략이 EQS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EQS.

벤츠는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모터원 고양전시장에서 비전 EQS를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비전 EQS는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벤츠의 최고급 전기차 컨셉트카이다. 벤츠는 전기차 모델에 ‘EQ’라는 알파벳 두 글자 약어에 차급을 나타내는 알파벳 하나를 붙인다. 대형 세단이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에 해당되는 에스(S) 등급의 전기차라는 의미다. 벤츠는 비전 EQS를 양산 가능한 형태로 바꾼 모델을 2021년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레인 부사장은 이날 비전 EQS에 대해 "모빌리티의 미래를 보여주는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차량"이라며 "순수 전기차 기술의 리더"라고 소개했다.

벤츠는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벤츠 등 독일업체들은 오랫동안 ‘클린 디젤’을 강조하면서 전기차 등에 대해서는 상용화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연비 조작 스캔들로 디젤엔진의 근본적인 한계가 부각되고, EU(유럽연합) 차원의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8~2019년부터 벤츠, 아우디, BMW 등은 전기차 모델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도 내연 기관 자동차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겠다며 강력한 정책을 추진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EQS.

비전 EQS는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A(Modular Electric Architecture)가 쓰이는 첫 번째 전기차다. 벤츠의 첫 전기차로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EQC는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GLC 모델에 쓰이는 ‘X253 GLC’ 플랫폼 전기차용으로 전용한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조를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 내부 공간 배치 등에서 한계가 있다.

비전 EQS의 외관을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는 전면부에 수백개가 달린 LED(발광다이오드) 램프와 거대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바퀴다. 전기차는 내연 기관 자동차처럼 외부 공기를 대량으로 받아 엔진을 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들은 전면부를 그저 막는 형태가 주였다. 이 부분에 LED 램프를 차량에 작은 점(點)을 찍듯이 설치해 빛 덩어리가 움직이는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밝기와 색깔 등을 조절해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차량 뒷면까지 합치면 총 940개의 LED 램프가 탑재됐다. LED 램프의 적극적인 사용은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배터리를 더 많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EQS의 내부 이미지.

두 번째는 직경 24인치 크기의 바퀴다. S클래스 차량의 경우 바퀴 크기는 직경 19~20인치인데, 그것도 2013년 9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1인치 커진 것이다. 바퀴가 커지면 타이어가 땅에 닿는 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에 접지력이 좋아지고 방향 전환 및 고속 주행에 유리하다. 하지만 마찰력이 커져 연비가 나빠지고, 소음이나 진동이 심해진다. 초대형에 속하는 24인치 휠을 사용한 것은 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힘이 좋고 소음이 작은 전기차의 특성을 십분 살리겠다는 포석이다. 비전 EQS는 469마력(350㎾) 이상의 출력과 77.5㎏/m(760Nm)의 토크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4.5초 미만이다.

내장에서는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벤츠는 비전 EQS의 문을 열고 내장을 살피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체 전체 크기에 비해 축거(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면서 기존 S클래스 등에 비해 확연하게 내부 공간이 넓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는 엔진룸 공간이 줄기 때문에 그만큼 내부 공간을 키울 수 있다.

비전 EQS에서는 속도와 엔진 출력 등을 표시하는 클러스터가 사라졌다. 속도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는 운전대 바로 위로 자동차용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설치돼 표시된다. 전면부 유리창을 사용하던 자동차용 HUD가 내려오게 된다. 여타 주행 관련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동하고, 정보가 표시된다. 현재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전기차가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운전대와 엑셀레이터,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버튼과 레버는 사라졌다. 곡선 형태로 유려하면서도 양감을 살린 단순한 디자인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C 400.

이날 고양 전시장까지 이동은 서울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에서 전기차 EQC 400을 직접 운전해 가는 방식이었다. EQC400은 GLC300와 거의 비슷한 내외장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다만 차량이 약간 높은 정도였다. 심지어 트렁크 용량도 큰 차이가 없었다. 소음이 적고 가속력이 뛰어난 전기차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C 400.

EQC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km에 지나지 않는는다는 점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는 데, 전기차라고 트렁크 용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고집이 느껴졌다. 가죽 대신 인조가죽과 합성섬유 등이 쓰였고 송풍구 형태가 원형이 아니라 길다란 직사각형이라는 것 정도가 또 다른 차이점이었다. 고급차에 흔히 쓰이는 천연 가죽은 가공 과정에서 화학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서는 인조가죽과 합성섬유가 쓰인다. EQC 400의 가격은 1억370만~1억96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대 1900만원이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섭씨 10℃ 이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큰 폭으로 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