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이달 들어 1700억원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 매각에 착수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휴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려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서울과 부산, 순천 등 지방에 보유한 367억원 규모의 상가 10곳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를 통해 동시에 매각한다. 매각을 진행하는 부동산은 점포로 이용하다가 폐점한 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 노원구 옛 상계지점 건물은 최저 입찰가가 159억 8699만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이 매각하는 서울 노원구 옛 상계지점 건물

하나은행은 이달 27건의 부동산 물건을 매각한다. 최저입찰가 기준으로 125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25곳이 점포로 운영하다 폐쇄한 곳이다. 하나은행 서울 중구 을지로4가점과 부산 중앙지점, 전북 전주 지점, 옛 외환은행 대구 중구지점 등이다. 최저 입찰가 기준 중구 을지로4가점은 188억원, 전주점은 102억원, 대구 중구점은 92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크로바하이텍 안성공장, 경기 평택시 청북읍 공장시설 등 2건도 매각한다. 기업에게 대출 담보로 받은 물건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충북 진천연수원 부지 매각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2011년 진천군에 2015년까지 연간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수원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수원 건립을 백지화했고, 지난달 연수원 부지 매각에 들어갔다. 연수원 부지 매각가는 약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금 확보 차원이 아닌 연수원 사업 백지화로 부지를 지금 시점에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이달 들어 1700여억원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익 보전의 일환이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영업점 폐쇄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유휴 부동산도 쌓여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부동산 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유휴 부동산을 조기에 매각하려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방 유휴 부동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7곳의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으나 모두 유찰됐다. 3개월만에 최저입찰금을 낮춰 다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이 보유하던 건물이라고 하면 꽤 인기가 좋았는데 최근에는 경매를 하면 기본 3~4회는 유찰된다"며 "특히 지방 구도심에 있는 점포 건물들은 매각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