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릭슨 "5G로 원격의료" 한목소리
인텔·엔비디아, 반도체로 의료판독 AI 성능 제고 실험

"오랜 시간 논의만 거듭해 왔던 원격의료 기술 투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본격화될 것입니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은 11일(현지 시각) 웨비나(Webinar·웹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업무도, 소비도, 나아가 의료까지 원격으로의 대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이다. 그 기반에는 에릭슨의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미국에서는 의사 부족현상, 비싼 진료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원격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와 공동으로 '5G로 극복하는 코로나19: 공중보건 시스템 개선을 위한 기회'라는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초고속·대단위 연결, 낮은 지연속도(레이턴시), 광범위한 대역폭 등 5G 주요 기능이 빅데이터, AI(인공지능), 클라우드 같은 첨단 기술과 융합할 경우 코로나 같은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팬데믹)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백서는 "5G는 지연속도가 낮아 의료진이 먼거리나 위험하고 복잡한 환경에 높인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상담할 수 있다"며 "실제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의 병원들은 5G 원격 의료상담 플랫폼을 활용해 베이징의 대형 병원 전문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국내·외에 확산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기적 검진이 필요한 만성질환이나 응급 진료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작동하는 핵심 인프라·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의 헬스케어 영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부쩍 강화해온데 이어 ICT(정보통신) 인프라 업체와 반도체 업체까지 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럴만의과대학(펜 메디슨)과 손잡고 뇌종양을 식별할 수 있는 AI를 개발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I가 뇌종양을 조기 발견하는 데 유용한 만큼, 환자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인텔의 제온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인텔은 진료 영역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 대해 "AI는 의료영상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의료진들은 AI를 활용해 복잡하고 다양한 환자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 질병을 예방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CPU(중앙처리장치)인 인텔 제온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내세워 GE헬스케어, 필립스 같은 헬스케어 기업들과 잇따라 협업하고 있다.

국내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뷰노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한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엑스레이 판독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흉부 사진을 올리면 뼈 나이 측정, 뇌 위축도 분석 등을 통해 엑스레이 사진은 5초 이내, CT 스캔은 1분 이내 각각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의 경우 우려되는 리스크 요인보다 ‘지금 당장 해야겠다’는 열망이 더 클 경우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 같은 위기가 터진 상황에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는 사업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코로나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의사 부족현상, 높은 의료비용의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