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다른 정당과 협력 중요"
'합당 불가' 방침 민주당 압박 해석도
최강욱 "민주당 놓치는 부분 잘 메울 것"

최강욱 열린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신임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11시36분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7분간 취임 축하 전화를 했다"고 이렇게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권력기관 개혁 문제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실질적 구현과 남아있는 입법 과제 완수와 함께 이뤄야 할 과제"라며 "열린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 개혁을 당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 대표는 대표적 '검찰개혁론자'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면 1호 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목해 왔다. 그는 지난 달 23일 라디오에서 "윤 총장의 직권남용이 계속돼고 있고 내부자들 제보가 있다. 반드시 고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소수 정당 입장에서는 국회 내에서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도 했다. 또 "총선 과정에서 동고동락한 열린민주당 후보들과 당원들께 격려와 안부인사를 전해달라"며 "서로 위하면서 협력하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편하게 같이 식사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소통과 협력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민주당의 막중한 책임을 잘 알고 있으며 민주당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잘 메우고 국민들께 알리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열린민주당은 노골적인 친문(親文)·친조국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이번 총선 때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이어 제 2의 비례정당을 자처했지만, 민주당은 시민당의 표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열린민주당과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통화는 이날 민주당이 시민당을 흡수하는 형태로 합당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열린민주당과 어떤 식으로든 협력하도록 메세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오전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YTN 라디오에서 열린민주당에 대해 "선거 때 앙금을 씻고 통합해야 한다"며 "열린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하고, 범진보진영이 화합을 통해 주요 개혁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기도 했다.

이날 통화가 당 대표 취임을 축하는 의례적인 행사라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과 9일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에게도 각각 전화를 걸어 "어려운 시기니 국회가 힘을 모아 달라"는 취지의 격려 인사를 건넸다.

최 대표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작년 '조국 사태'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경력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직후 비서관직을 사퇴하고 열린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전날 전당원 투표에서 99.6%의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