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투명성 보고서 분석
작년 하반기 1184건... 전년 보다 64% 늘어 일본의 5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증세… 유튜브 등 영향력 확대 반영

'범죄수사 위한 요청' VS '개인정보 침해' 간 균형 맞추기 과제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 6배 급증… 러시아·터키·인도 이어 4위

작년 하반기 한국 정부가 구글에 사용자 정보를 공개 요청한 건수가 최초로 1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상반기 정부가 구글에 콘텐츠 삭제를 요청한 건수도 처음 500건을 넘어섰다. 유튜브 구글검색 구글 이미지 등이 대상이다.

13일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7월~12월) 우리 정부가 구글에 요청한 사용자 정보 공개 건수는 118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23건)보다 64% 급증한 수치다. 정보 공개 요청을 받은 계정 수는 5075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본 정부가 사용자 정보를 구글에 요청한 건수는 267건으로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구글은 2010년부터 매 6개월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데이터는 오는 6월 공개될 예정이다. 구글이 최초로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한 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도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메일·유튜브 IP주소·비공개 동영상 등 요청… 구글 "공개 거부하기도"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구글에 사용자 정보를 요청한 건수가 급증세를 보였다. 전세계적으로도 2018년 이후 각국 정부가 구글에 사용자정보를 요청한 건수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사용자 정보 공개 요청이란 지메일(Gmail), 유튜브, 구글 보이스(인터넷 전화), 블로거(Blogger) 등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범죄 수사와 관련돼 요청이 접수되지만, 민사 또는 행정 사건과 관련한 정보 요청도 있다. 지메일, 유튜브 가입자 등록 정보, 로그인 IP 주소, 이메일 내용, 비공개 동영상 사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가 요청·공개된다.

한국 정부의 구글 사용자 정보 공개 요청 추이. 2017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 지난해 하반기엔 최초로 1000건을 돌파했다.

정부가 사용자 정보 공개를 요청하면 구글은 내부 위원회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측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의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공개 범위를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정보 공개를 일절 거부하기도 한다.

구글이 정부에 이른바 ‘백도어’ 접속 권한을 부여하는 건 아니다. 사용자 개인 정보 침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요청을 면밀히 검토하고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작년 하반기 한국 정부가 요청한 사용자 정보 중 공개된 비율은 71%였다.

콘텐츠 삭제 요청 6배 급증… 고위관료⋅여배우 성추문 주장 검색어 삭제

작년 상반기 한국 정부의 구글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하반기 아직 집계 안됨)도 57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97건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구글 검색, 유튜브, 블로거 등에 올라온 콘텐츠 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삭제 요청 항목별로 보면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위해 삭제 요청한 건수가 302건(52%)으로 가장 많았고, 규제 관련 삭제 요청이 35%, 저작권(8%), 명예훼손(2%), 외설(1%) 순이었다.

한국 정부의 구글 콘텐츠 삭제 요청 추이. 지난해 급증해 최초로 500건을 돌파했다.

국가별로 봐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는 러시아(1만965건), 터키(1001건), 인도(917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한국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445건)은 물론 중국(133건)보다도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가 많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커졌음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삭제 요청 콘텐츠 중엔 정부 고위 관료와 여배우의 성추문 주장과 관련된 자동 완성 추천 검색어도 포함돼 있었다. 명예 훼손 관련 국내법을 근거로 해당 추천 검색어는 삭제됐다. 국가정보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국가보안법 및 네트워크 시행법에 따라 구글 드라이브 파일 8개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해당 파일 접근을 제한 시킨 사례도 있다. 해당 파일에는 북한 정부 고위 관료가 쓴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구글 검색에서 웹페이지 1개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본인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페이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구글은 이와 관련 "해당 URL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