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버진 갤럭틱의 항공기 모델 앞에 선 리처드 브랜슨 회장.

버진그룹은 각종 기행을 일삼으면서도 성공 가도를 달려온 ‘괴짜 경영인’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영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브랜슨 회장의 재산은 59억달러(약 7조2400억원)에 달한다.

버진 갤럭틱은 그룹 내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받던 유망주다. 지난해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시가총액은 41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테슬라의 스페이스X, 아마존의 블루 오리진과 함께 3대 민간 우주탐사회사로 손꼽힌다.

지난 8일 버진 갤럭틱의 종가는 주당 20.18달러로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10달러)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증시의 주목도가 높다.

그런데 11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버진그룹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회사인 비에코10이 보유한 버진 갤럭틱 보통주 2500만주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가로는 약 4억 달러(약 4900억원) 규모다. 브랜슨 회장은 비에코10의 지분을 81% 갖고 있다.

브랜슨 회장이 그토록 공들여 키워온 버진 갤럭틱의 지분을 팔기로 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버진그룹의 핵심인 항공 계열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휘청거리면서 버진 갤럭틱의 주식을 팔아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

버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호주 2위 항공사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달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대형 항공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얐다. 영국 2위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은 정부에 손을 벌리는 신세(5억파운드 구제금융 요청)로 전락했다. 버진 애틀랜틱은 최근 3000명이 넘는 직원의 정리해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브랜슨 회장은 영국 정부 등을 상대로 대규모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이미 요청한 상태다. 또 자신이 소유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네커섬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