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아파트를 제외한 다세대 빌라,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등의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최근 정부의 고가 주택 대출 규제 강화에 봄 이사철 전세 수요까지 겹치면서 주택 전세자금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출 수요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대출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의 전세자금대출 일부 상품의 신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다세대 빌라, 단독 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원룸 등이 이에 해당한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HF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기반으로 하는 전세자금대출이 중단된다. 다만 버팀목 전세대출, 신혼부부 전세대출 등 기금대출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은 최근 전세자금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일반자금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64조7230억원으로, 전년 동기(53조5656억원) 대비 20.8% 증가했다. 주택을 매매할 때 받는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55조278억원에서 53조2021억원으로 3.3% 줄어든 것과는 대비된다.

여기에 코로나19 관련 대출 수요를 맞춰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한정된 재원을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가계대출 속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이미 지난달 초 한도율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주택 매매 수요가 감소한 대신 전세 수요가 늘어났는데, 다세대 빌라 등의 전세자금대출은 아파트 대비 리스크가 높아 신한은행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해도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심사를 강화해 신규 취급을 줄여가는 편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전면 중단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이같은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이 아파트 외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일부 중단하면서 아파트 외 주택 전세로 옮기려던 일부 소비자들의 자금 확보가 다소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 빌라 등의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까지 막힌다면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신한은행이 전세자금대출을 언제 재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정상화 된다면 해당 조치 해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