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사회 활동의 제약이 많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공장은 생산을 감소시켰고 행사들은 취소가 되거나 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농사는 시기가 있는 것이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시기에 맞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4월 말부터 5월은 벼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내기철이다.

힘든 농사일을 하다 잠깐 잠깐의 휴식 때 마시는 막걸리의 맛은 다른 어떤 술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이 마시고 있는 막걸리가 수입쌀로 만든 제품인 것을 아는 농민은 많지 않다. 농사를 지으며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쌀 소비 확대를 외치거나 쌀 가격 하락을 이야기하는 농민들의 모습과도 반대되는 일이다. 지역의 영세한 양조장들이 가격 문제로 수입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모내기를 하면서 마시는 막걸리의 상당수가 수입쌀이라는 아이러니.

한 동안 매해 국정감사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에서 수입쌀을 이용해서 만든 막걸리가 많다는 기사가 나왔다. 막걸리 제조업체의 76.7%가 수입쌀을 막걸리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막걸리 매출액 상위 30위권 업체들의 수입쌀 사용 비율은 82.1%로 나타났다(2017년 국감자료). ‘무늬만 우리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단골 소재였던 막걸리의 수입쌀 사용 문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쌀 수입량은 약 40만 t이었는데 이중 가공용 쌀(단립종)의 가격은 1㎏당 564원이었다. 2018년 국산 정부미(나라미) 1㎏이 2527원인 것과 비교하면 4.5분의 1 수준이다. 햅쌀 1㎏당 약 3000원 선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더 크다. 특히 작년처럼 쌀 가격이 높으면 국산 쌀 구매를 주저하는 양조장이 더 늘어난다.

2019년 정부관리양곡 판매 가격 고시

수입쌀을 사용하는 양조장을 비난할 수도 없다. 양조장도 이익을 내야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정책적으로 보면 외국에서 수입되는 수입쌀의 일부분을 가공업체에서 소비해 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국산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에 수입쌀을 사용할 때 못지않은 혜택을 줘 자연스럽게 국산 쌀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이다.

먼저 막걸리 업체와 농가 간의 막걸리 원료곡(쌀)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성사시키는 일이다. 막걸리 원료곡 생산에 있어서 일반적인 쌀 품종으로는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기에 수확량이 많은 다수확 품종을 재배해서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양조장과 농가의 다수확 쌀 계약재배의 공급가격은 1㎏당 2020원으로 수입산보다는 비싸지만 국산보다는 저렴하다. 다수확 품종은 일반적인 쌀과 함께 유통이 어렵기에 계약재배를 해야 한다.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개척 부담을 줄여준다. 양조장은 품질 좋은 쌀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계약재배라도 수입쌀보다는 비싸다. 그러기에 양조장과 농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쌀 보관·운반·포장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다수확쌀 계약재배를 진행중이다

또한 국산 쌀로 빚은 우리술에는 세제 혜택을 더 줘야 한다. 국산 쌀과 수입쌀의 가격 차이를 없앨 수 있게 원료 원산지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주세(酒稅)는 원료 원산지와 관련 없이 막걸리 40원(종량세), 약주 30%, 증류주 72%로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특산주의 주세 감면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주세를 반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감면량이 발효주 500㎘, 증류주 250㎘ 이하로 매우 제한적이다. 세금 혜택 물량이 늘어나면 국산 쌀의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소비에 있어서도 농민들이 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를 소비해야 한다. 막걸리 업체들은 국산 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를 농민들이 마셔 수익을 내주고 업체는 이 수익을 바탕으로 다시 국산쌀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순환 구조가 된다면 농민들도 막걸리 업체들도 이익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

막걸리의 원료는 쌀이다. 쌀을 통해 농민도 이익을 얻고 막걸리 업체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대형 막걸리 업체들도 수입쌀이 아닌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를 판매함으로써 막걸리는 우리 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옷을 입혀줘야 한다. 막걸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우리 쌀(햅쌀)을 사용하는 방법을 좀 더 근원적으로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줄어드는 쌀 소비와 함께 막걸리 소비를 상승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햅쌀 막걸리' 시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