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제공하려면 '승인' 내역 필요"
카드사 "승인 2~3일 뒤 확정되는 '결제' 내역으로도 충분"

올해 8월 도입되는 데이터 3법을 앞두고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개인신용정보 범위를 논의하기 위한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이 진행 중인 가운데, 카드사와 핀테크사가 ‘결제’ 내역을 제공하느냐, ‘승인' 내역을 제공하느냐를 두고 논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워킹그룹을 주재하는 금융위원회는 카드 결제·승인 내역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 범위를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제2차 데이터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워킹그룹’에서 카드사와 핀테크사는 이런 안건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금융보안원·신용정보원 등이 운영하는 워킹그룹은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개인신용정보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출범했다.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은행이 보유한 정보에 한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한 것과 달리, 한국은 은행·보험·카드·금융투자 등 전 금융권이 대상인만큼 사업자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해 이해 당사자 간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조선DB

카드사와 핀테크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안건 중 하나는 카드사가 고객의 승인 내역을 제공할 것인지, 결제 내역을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승인 내역은 사용자가 카드를 긁는 순간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거래 내역이다. 반면 결제 내역은 승인 취소 등 변동사항이 모두 반영된 내용이다. 결제 정보는 통상 승인 2~3일 뒤에 확정된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핀테크사에선 실시간 승인 내역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앱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예산을 100만원으로 설정해 뒀다면 이를 초과해 소비했을 때 즉각 이를 인지하고 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2~3일 뒤에 알게 되면 이미 예산을 초과한 상태여서 적기에 예산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자는 ‘마이데이터’의 철학과도 맞지 않고, 결국 카드사가 주권을 쥐고 있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카드사는 결제 내역만 제공하겠다고 맞선다. 실시간 승인 내역까지 제공하기에는 전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주로 들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승인 내역은 진정한 소비를 반영하지 않는 게 많다"며 "2~3일 정도면 간격이 좁은데 시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 데이터가 그렇게 유효할지 의문이다. 승인 내역을 따로 제공하면 핀테크사들이 너무 많이 조회할 것이기 때문에 트래픽 비용이 많이 드는데 효용에 비해 대가가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이해관계 업체의 마이데이터 제공을 위한 논의는 1년째 이어오고 있다. 개괄적으로 어떤 정보를 공유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성격이었던 1차 워킹그룹은 지난해 5월 시작했고, 그 정보 범위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성격인 2차 워킹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됐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직접 모이기 어려운 탓에 진전이 다소 더디게 이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인허가 방향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이번 주에 나올 것 같고, 세세한 결정은 8월 시행 전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각 금융회사에 흩어져있는 고객의 금융정보를 모아 고객에게 특화된 정보관리, 자산관리, 신용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개인 스스로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자는데 목적이 있다. 개인이 본인의 신용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게 동의하면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예금·카드·대출·보험·금융투자상품 등 고객 정보에 접근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은 이전처럼 개별 금융회사에 각각 접근해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