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계획했던 이벤트 줄줄이 취소

11일부터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하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커피 이용권이나 100% 캐시백 혜택 등과 같은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에 제동을 건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도 고객 유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관치행정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카드사가 혜택을 줘도 고객은 손해날 것이 없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시민 혜택까지 정부가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 재난지원금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푼다는데 그걸 규제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카드 홈페이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화면. 우리카드는 일정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들에 한해 재난지원금 신청 시 스타벅스 쿠폰 4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주부들이 많은 맘카페에도 아쉬운 반응들이 나타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이상옥(55)씨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받을 때 카드 혜택을 모르고 신청해 이번에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살펴보고 고르려고 했는데 지난번에 있던 혜택도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기회 삼아 고객을 유치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가 위기 상황에 따른 정책성 자금을 놓고 카드사들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지자체·카드사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업무 협약’에서 "11일부터 카드사들이 시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제때 지급하는게 우선돼야 하고, 마케팅 과열 양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개별 카드사 현업부서에 마케팅 자제를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사용 금액의 100%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보류했다. NH농협카드도 추첨을 통해 자사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 SPC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취소했다. 홈페이지에 사전 안내했던 공지도 지난 주말 삭제했다.

삼성카드가 지난 10일 카드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관련 혜택을 설명한 문자. 이 이벤트는 현재 취소된 상태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문자까지 보냈던 카드사 이벤트도 취소됐다. 삼성카드는 전체 재난지원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쿠폰 또는 편의점 5000원 쿠폰 제공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가 수시간 만에 해당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8일 고객들에게 일정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들에 한해 재난지원금 신청 시 스타벅스 쿠폰 4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우리카드 측은 이미 보낸 내용이 있어 이벤트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금융당국의 불호령에 현재는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용카드로 받아 사용하는 경우 카드 청구할인, 포인트 적립 등 기존 카드사 혜택은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카드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카드의 모든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