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 팔았어요. 지난 2월부터 발길이 뚝 끊겼네요."

8일 오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A상회. 10여년간 노량진에서 국산 우럭을 팔아온 김모(38)씨가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었다. 수족관에는 검은 빛을 띤 우럭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우럭을 구매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근처 활어 코너의 다른 횟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8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우럭이 수족관에 담겨 있다.

국민 횟감 우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에 활어회로, 탕거리로도 판매됐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외식을 줄이며 우럭이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접촉을 원하는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퍼지며 맨손으로 날것의 음식을 조리하는 초밥집, 횟집이 꺼려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횟집에서 일하는 박모(41)씨는 "매일 저녁 40여석의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 찼지만 요즘은 손님이 줄어들어 평소 매출의 20~30%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코로나 때문에 오픈된 주방에서 맨손으로 횟감을 썰기도 눈치보인다"고 했다.

실제 우럭 가격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월 이후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우럭(인천 400~500g)의 도매 가격은 1월 9250원, 2월 9250원, 3월 8500원, 4월 8150원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반면 같은 활어회인 광어(인천 400~500g)의 도매 가격은 1월 9008원, 2월 9073원, 3월 9313원을 유지하고 있다. 4월 가격은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한다.

우럭이 다른 횟감에 비해 타격이 큰 이유는, 출하량과 수출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럭은 5~8월 양식장에서 어린 우럭을 풀며 성어(成魚·다 자란 물고기)를 판매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다량 출하된다. 문제는 우럭이 국내에서만 소비되고, 일본 등 해외에서는 수요가 없어 수출이 안 된다는 점이다. 공급은 쏟아지는데 수출마저 안 되니 재고가 쌓여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광어는 1년간 출하량이 일정하며 수출도 꾸준한 편이라고 한다. 광어의 경우 올해 매달 150~210t씩 일본에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공급이 일정하며 꾸준히 수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우럭에 비해 타격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유통업계는 우럭 소비 촉진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5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형마트에서 우럭 등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하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을 연다. 이마트는 탕거리용 생우럭(280~350g)을 3490원에서 43% 할인된 1980원에 판매한다. 광어물회 세트(광어회 120g·소스·채소)는 7980원에 판매하는 중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활어회는 유통 기간이 짧아 냉동 보관이 어렵고 2~3일 안에 판매해야 한다"며 "판매 시기를 놓치면 손실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