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면 건축물 디자인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 해당하고, 이를 무단으로 베껴 지으면 저작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축사 A(48)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8월 경남 사천의 한 카페 건물 건축을 의뢰받아 짓는 과정에서 건축서적 등에서 본 강원 강릉의 다른 카페 디자인을 모방해 설계·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설계·시공자가 고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건축물은 창작성이 없고, 디자인을 모방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피해자 건축물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A씨는 이를 침해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건축물의 특징은 용도나 기능 자체와 무관하게 외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한 디자인 형태로서 전체적인 외관에 미적 창의성을 갖춘 저작물로 인정된다"며 "외벽과 연결된 슬래브의 돌출 정도, 마감 방법은 물론 건축물 외피의 재질, 전면부의 투명한 느낌을 종합해보면 다른 건축물의 전체적인 외관과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 건축물은 피해자 건축물과 극히 유사하고, 피해자 건축물이 건축전문도서나 건축사협회지에 수록되는 등 건축계에 널리 알려진 건축물인 점에 비춰보면 이를 이용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A씨는 불복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건축물이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 건축물은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A씨 건축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