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빈집 활용을 위한 해결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가운데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도시의 경우 빈집이 아파트 분양권을 노리는 투기 도구로 전락하고 농촌에서는 안전문제를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집 문제가 결국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해결되는 만큼 실효성이 있으려면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골목 전경.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빈집은 148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10%에 달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빈집매입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에 이어 지난달부터 지방에 있는 지자체들도 빈집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전과 경남도, 강원 정선, 전북 전주와 남원 등지에서는 빈집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빈집 분포와 특성을 분석해 활용방식을 고심 중이다.

빈집 수가 현저히 많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이미 빈집 지원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자체도 있다. 철거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 주거환경 개선을 꾀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전북 남원시는 1년 이상 방치된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농촌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빈집 철거 비용으로 슬레이트 빈집 최대 250만원, 일반 빈집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충북 제천시도 농촌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귀촌인 유입 촉진하는 ‘참살이 주택지원사업'을 추진하고 리모델링 비용으로 가구당 1000만원 지원할 계획이다.

이같이 전국 지자체가 빈집 문제 해결에 애쓰는 이유는 전국 주택 10채 중 1채가 빈집 상태일 정도로 빈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주택과 단독주택을 포함한 빈집은 1995년 35만가구에서 지난해 148만가구로 늘었다. 전체 국내 주택 1496만가구의 약 10%에 달하는 수치다.

빈집은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를 막론하고 사회문제로 여겨진다. 방치된 빈집은 붕괴와 파손의 우려가 있어 사고의 위험이 있는 데다 각종 범죄에 이용될 수 있고 경관을 해치기도 한다. 또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 분양권을 노리고 위장전입 목적으로 방치된 빈집을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투기에도 악용된다.

이에 정부 차원의 대책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5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2기 인구정책 대스크포스(TF)에서는 방치된 빈집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와 함께 이를 재활용할 방안을 이르면 이번 달 발표할 계획이다. 빈집 주인에게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과 철거 시 철거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자체의 빈집 사업을 보면 결국 돈 문제로 지지부진해지고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경우가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제주시에서 2010년 추진했던 농어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경우 가구당 50만~100만원을 지원해 빈집 30채를 철거하기로 했지만,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빈 집 소유자가 지원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철거비용에 부담을 느껴 사업 참여를 꺼렸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일찍부터 여러 시도를 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을 못 한 것이 빈집 문제"라면서 "결국 재정을 최대한으로 투입해야 해결이 가능하지만 경제 효과가 크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집주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노인이 홀로 거주하는 낡은 주택을 지자체에서 수리비를 지원해 청년과 함께 살도록 하는 사업이 호응을 받았듯 혁신적인 기획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