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의 한 재활용품 선별업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끊임 없이 플라스틱 더미가 쌓여갔다. 벨트 주변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이 선 채로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과 폐기물들을 분리했다.

한 눈에 봐도 재활용품으로 쓰일 플라스틱에 비해 폐기 처리해야할 쓰레기의 양이 몇 배는 많았다. 장비는 쉴 새 없이 쓰레기를 퍼나르면서 업체 앞 마당의 빈 공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거대한 ‘폐플라스틱의 산(山)’이 됐다.

업체 관계자 A씨는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전에 비해 들어오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며 "처리 비용만 드는 악성 폐기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재활용품 선별업체에 폐플라스틱 등이 쌓여있다.

이 업체가 선별한 플라스틱 가격은 PP(폴리프로필렌) 기준으로 kg당 250원. 지난 1월 가격인 340원에 비해 90원이나 떨어졌다. PE(폴리에틸렌)의 경우 같은 기간 kg당 460원에서 320원으로 140원 내렸다. 매달 취급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수백톤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월 매출이 수천만원 줄어든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PET) 재활용업체의 재생원료 판매량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월 평균 1만6855톤에서 지난달 9116톤으로 46% 줄었다. 올들어 유가(油價)가 폭락해 석유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활용 제품의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이 업체는 현재 단가가 유지되면 이달 매출이 1월대비 4000만원 넘게 줄고 약 34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씨는 "플라스틱 판매단가는 매일 떨어지는데 쓰레기는 폭증해 폐기물 처리 비용만 늘었다"며 "매달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빚 때문에 공장 문도 못 닫고 죽을 맛"라고 호소했다.

재활용품 선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택배나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아파트 등에서 수거돼 들어오는 쓰레기의 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생산하는 재생원료의 소비는 줄면서 1만톤이 넘는 재고가 쌓였다.
'배출처 → 수거 → 선별 → 재활용 → 수요처'로 이어지는 재활용품 산업계의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재활용품 선별업체를 운영하는 B(68)씨는 "지난 6일부터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폐플라스틱을 받지 않고 있다"며 "많은 재활용품 업체들이 곧 쓰레기 수거를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외에 헌옷이나 고철 등 다른 생활폐기물을 취급하는 재활용품 업체들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 용인시에서 수거·선별업체를 운영하는 C씨도 "그나마 최근 중국에서 한시적으로 다시 폐지를 수입해 간신히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경기 남양주시의 재활용품 수거·선별 업체에 압축한 플라스틱이 쌓여있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업계가 경영난을 호소하자 지난 7일부터 폐플라스틱 공공비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23개 재활용업체에 재고로 쌓인 재활용품 1.8만톤 가운데 1만톤을 공공비축하기로 했다. 또 폐기물이나 재생원료 수입 제한을 추진하는 한편 수거단계에서 재활용품 매각단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재활용품 수거 등의 과정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등에서 돈을 주고 재활용품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각 주거단지와 지자체가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비용을 수거·선별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품 수거·선별업체 사업자들을 대표하는 수거운반협회의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화 등 다양한 대외변수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경영난에 몰린 적이 많았다"며 "폐품 수거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