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범 UNIST 교수 연구팀, 귀금속 대신할 고효율 탄소 촉매 개발
별도의 공장에서만 생산 가능했던 과산화수소, 현장서 바로 생산
국내 연구진이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해당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데 쓰일 '탄소 기반 고효율 전기화학 촉매'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탄소 기반이라 저렴하고 복잡한 공정이 필요없어 산업 현장에서 바로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과산화수소는 각종 산업공정에서 쓰이는 친환경 재료로, 산업현장의 '감초'로 불린다. 게다가 전기차의 수소연료전지에서 수소 대신 사용될 가능성도 발견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과산화수소 생산 방식은 귀금속인 팔라듐을 촉매로 사용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공정도 복잡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산화수소가 필요한 현장까지 운반하고 저장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라듐보다 저렴한 탄소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고효율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그래핀과 같은 얇은 탄소 기반 물질에 퀴논, 에테르, 카르보닐 등의 작용기(화학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분자 구조)를 붙이는 방식으로 촉매를 합성했다. 그 결과 97.8%의 높은 효율을 보이는 촉매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산화수소가 필요한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고효율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촉매를 설계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과산화수소 운송·저장 비용을 절감하고, 각종 산업영역에서 과산화수소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5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