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올해 3월 개업 공인중개사 수가 급감한 것으로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집중 시행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주택 매매가 급감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업한 공인중개사 수는 1516명으로 전달보다 20% 줄었다. 3월 동기 대비로는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1144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공인중개업계에서는 통상 직전 해에 자격증을 취득한 공인중개사들이 이듬해 1~3월에 집중적으로 개업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그만큼 냉랭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특히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경북·경남과 울산, 충남 지역에서는 3월 들어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보다 폐업하거나 휴업한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업계가 이렇게 움츠러든 데에는 공인중개사들의 주된 중개 대상인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12만2721건에 그쳤다. 아파트 거래 건수는 12·16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해 12월이나 신규 규제지역이 발표된 올해 2월에도 매달 14만~15만건대를 기록했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3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4409건이다. 2월(8288건) 거래량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에서 신고된 아파트 거래는 1만6505건으로, 역시 전달(3만1964건)보다 49% 감소했다.

서울 영등포구 ㄷ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2월 말 이후로 전화 매수 문의는 간간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집을 보기 위해 방문하려는 수요는 크게 줄었다"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보여주기를 꺼리면서 매물이 줄어든데다 매수자들도 중개업소를 찾아다니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실물경제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곧바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반등하거나 그동안 밀렸던 분양이 재개되면서 청약시장이 활성화돼야 기존 주택 매매시장도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수석차장은 "올해 3~4월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문에 매매가 위축됐던 2019년 3~4월보다도 거래량이 더 적을 정도로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는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를 우려해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인 것도 주택 거래에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