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했던 증시가 1900선까지 반등에 성공한 후 횡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식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의 대기자금이 100조원을 넘기는 등 사상 최대로 늘면서 호재와 악재성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이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면서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입을 봐야한다"는 말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3월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씨젠의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한편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가 제자리걸음을 해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예상 공항 부지인 가덕도 인근 토지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영화금속(012280)은 당일 거래량이 전일 대비 9배 늘고 주가가 8.70% 올랐다. 가덕도와 본사·사업장이 가까운 선박용 배관 생산회사 동방선기(099410)도 전일 대비 13.61%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는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졌던 대규모 국책사업도 신속한 추진으로 위기 국면에서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신공항 추진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두 회사 주가는 다시 급등했다. 지난달 29일 영화금속의 주가는 9.29% 오르고 거래량은 전일 대비 약 28배 늘었다. 동방선기도 거래량이 약 31배, 주가는 22.68% 올랐다.

문 대통령의 동선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진단시약 생산 업체인 씨젠(096530)을 방문한 3월 25일에는 씨젠 주식 거래량이 전일 대비 배 이상 늘면서 가격 상승 제한폭(29.94%)까지 올랐고, 다음날에도 상한가(29.97%)를 기록했다. 3월 27일에는 상승폭이 1.22%에 그쳤지만 거래량은 두 배 늘었고, 3월 28일에는 또다시 4.40% 올랐다.

경기도 성남의 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를 한 지난달 9일에는 회의에 참석한 제넥신(095700)의 주가가 9.15% 올랐다. 거래량은 전날의 5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제넥신은 그다음 날인 지난달 10일에도 주가가 0.62%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3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 평택의 마스크 생산 업체 우일씨앤텍을 방문한 3월 6일에는 대표적 마스크 생산 업체인 모나리자(012690)주가가 7.21% 급등했다. 거래량도 직전 4거래일 간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문 대통령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코로나 대응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한 4월 6일에는 우리금융지주(4.38%), 하나금융지주(086790)(6.25%), KB금융지주(5.46%), 신한지주(055550)(3.01%) 등이 모두 올랐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4월 7일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한 4월 23일에는 대우조선해양주가가 2.02%올랐다.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목표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하여 다시는 부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 "오늘 오전 추가로 1조2500억원의 대규모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등의 발언에 힘입어 팬오션(028670)주식도 거래량이 전날보다 두 배 늘면서 7.02% 상승했다. 문 대통령이 경북 포항의 POSCO공장을 방문한 1월 9일에는 POSCO 주가가 전일 대비 2.63% 올랐다. 이어 1월 10일에는 1.50%, 11일 0.42%, 12일에는 1.47% 오르며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대통령 발언과 일정만 보고 소액주주들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셈법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산업은 정부 정책이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정치인의 말은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 청와대 메시지 기조가 급변하면서 대통령 발언 수혜주가 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주문한 지난달 22일에는 시멘트 회사 주식이 일제히 올랐다. 고려시멘트(198440)(29.85%), 삼표시멘트(038500)(29.88%)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일현대시멘트(00639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일시멘트(300720)도 강세를 보였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같은날 장 마감 직전에 청와대 관계자가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도 자가진단 앱(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들면서 이처럼 디지털 뉴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 말이 전해지자 다음날인 4월 23일에는 시멘트 관련주가 하락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관련주들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