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에서 9일새 50차례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점이 간척지라는 점에서 연관성 분석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상청은 해남 일대에 임시 관측소를 설치하는 등 지진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0시 7분쯤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3.1의 지진이 일어났다. 진원의 깊이가 21㎞로 지진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는 없었다. 실제로 전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지진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는 14건 접수됐으나, 피해 신고는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같은 지점에서 지진이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 북위 34.66도, 동경 126.4도를 중심으로 지난달 26일부터 9일 동안 총 5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전날까지 4건 있었다. 지진의 규모도 2.1(지난달 28일)에서 규모 2.4(지난달 30일), 규모 2.3(지난 2일)으로 커지는 추세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요사이 계속 지진이 왔었다고 하는데 너무 무섭다", "지난주부터 해남쪽에서 지진이 좀 잦아서 이쪽 분석이 필요하다", "26일부터 계속 지진 소식이다. (재난의) 징후가 강해지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지진의 전조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 분석관은 "해당 지역에 대규모 단층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없어 큰 규모의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한 지점에서 50차례나 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남 해남 지역의 공유수면매립도.

특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원래 바다였지만 2017년 간척 공사가 된 곳이어서 연관성을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간척지, 댐 등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지형에서는 힘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간척 사업과의 연관성은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어 "간척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라고 했다.

다만 우 분석관은 "이번 지진의 경우 깊이 20㎞ 이상에서 발생했고, 간척 사업은 지표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배경과 관련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 해남 지역엔 지진 가속도 관측소가 있으나 기상청은 정밀 분석을 위해 임시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임시 관측소를 설치할 위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