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알파벳 영업이익 증가
코로나19 여파에 애플·아마존은 이익 줄어

미국 대형 테크 업체들의 올해 1분기(1월~3월) 실적이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변화가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테크 업체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지난 달 29일(미국 시각), 시총 2위 애플과 3위 아마존이 30일 실적을 발표했다. MS는 비대면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클라우드(인터넷 기반 컴퓨팅 인프라·플랫폼·소프트웨어 제공 서비스) 부문 성장에 힘입어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이들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시총 4위 알파벳(구글 모회사), 6위 페이스북 역시 사용자 증가에 따른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로고.

반면 하드웨어 매출 비중이 77%에 달하는 애플은 오프라인 매장 폐쇄 등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아마존 역시 온라인 쇼핑 증가로 매출은 늘었지만, 물류·배송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MS, 1분기 영업이익 25% 증가… 페이스북·알파벳도 78%, 21% 늘어

MS 회계연도 3분기(한국 기준 1분기) 매출액은 350억2100만달러(약 42조7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5% 늘어난 129억7500만달러(약 15조8200억원)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108억달러(약 13조1700억원)로 22%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도 지난달 30일 기준 5.5% 올랐다.

코로나에도 호실적을 발표한 배경엔 클라우드가 있었다. 원격·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으로 클라우드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MS 클라우드 상품인 애저(Azure) 매출이 59% 늘어나며 전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애저를 중심으로 한 MS 클라우드 부문 매출(Intelligent Cloud)은 123억달러로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피스 365 등을 포함한 생산성 부문(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매출은 117억달러, 엑스박스(Xbox)·서피스 같은 하드웨어를 포함하는 개인 컴퓨팅 부문(More Personal Computing)은 110억달러였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MS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팀즈(화상회의 솔루션)를 포함한 ‘MS 365’, 애저 등 클라우드 사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단 2개월만에 2년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걸 봤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한 58억9300만달러(약 7조1800억원) 규모의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순이익은 102% 증가했고, 매출액도 177억7300만달러를 기록하며 18% 증가했다. 코로나 국면에서도 일일 활성 사용자(DAUs)가 작년 1분기보다 11% 증가한 17억3000만명을 기록하며 광고 매출이 17% 늘었다. 유튜브를 앞세운 알파벳 역시 작년 1분기보다 21% 증가한 79억7700만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선방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애플 영업이익 4% 감소… 아마존도 9.8% 줄어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본 기업은 애플이었다. 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28억5300만달러(약 15조7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데다 매출은 583억1300만달러(약 71조원)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 확산으로 단행된 오프라인 매장 폐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매출(133억4800만달러, 비중 23%)이 빠르게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매출(449억6500만달러, 비중 77%)이 커 MS, 알파벳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제품군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고, 맥북과 아이패드 매출도 줄었다. 하드웨어 중에선 에어팟, 애플워치 등이 포함된 웨어러블 기기(Wearables, Home and Accessories) 매출만 증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웨어러블 부문에서도 2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클라우드와 전자상거래 시장의 독보적 강자인 아마존도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온라인 쇼핑 증가와 클라우드 사용량 증가로 전체 매출은 26.4%, 클라우드 부문인 AWS 매출은 32.8%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각각 9.8%, 28.8% 감소했다.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로 아마존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4.8% 하락했다.

매출액은 754억5200만달러(약 92조원), 영업이익은 39억8900만달러(약 4조8600억원), 순이익은 25억3500만달러(약 3조900억원)였다.

코로나 사태로 영업비용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아마존 영업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출원가(Cost of sales)가 작년 1분기보다 30.5% 급증했고,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센터 관련 비용)도 34% 증가했다. 전망도 불확실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0억달러(약 4조8700억원) 이상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