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청년들 사이에서 운영 방침을 개선해 달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현재 일부 상품의 경우 대출을 이용하다 이사를 가게 되면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다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사를 가도 혜택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대출은 금리가 1.2%로 낮아 2030 청년들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자격만 갖추면 최장 10년까지 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골목 벽에 세입자를 찾는 광고지가 붙어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은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2018년 6월부터 시작한 사업의 상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만 35세 이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외벌이 기준) 청년을 대상으로 전세금의 80% 또는 100%를 연 1.2%로 대출해준다. 최초 2년 계약이지만 4번 연장해 최장 10년간 대출이 가능해, 출시 직후부터 2030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상품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 상품 등 두 종류가 있다.

HUG 대출은 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을 전제로 내준다. HUG 보증은 보증을 내줄 때 목적물(전셋집)이 어떤 상황인지를 따져본다. 목적물에 따라 보증 가능 여부와 한도가 결정되고 담보로도 설정한다. 때문에 대출을 받을 당시 전셋집에서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사할 때 중소기업 청년 대출 계약을 새 전셋집으로 계속 이어가는 ‘목적물 변경’이 현재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HF 보증상품으로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목적물 변경이 가능하다. HF 대출은 HF의 전세자금보증을 전제로 내준다. 이 보증은 보증신청인(세입자)의 신용도에 따라 보증 가능 여부와 한도가 결정되는 상환보증이다. 목적물의 상황에 따라 보증 여부가 달라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목적물 변경도 자유롭다.

하나는 담보대출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대출 성격이다 보니 두 대출의 한도가 다르고 연장 방식도 다르다. HUG 상품은 전세금의 100%까지 대출이 나온다. HF 상품은 80%가 한도다.

문제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은 생애 한 번밖에 가입이 안 된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대출을 상환하면 재가입이 안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HUG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사를 갈 경우 다시는 이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HF 대출은 이사를 가도 대출이 연장된다.

HUG 보증상품으로 대출에 가입한 류모(32)씨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애초 대출 홍보를 할 때 HUG 대출은 2년만 가능하다고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면서 "이 대출을 계속 쓸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장래 계획을 세웠는데,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했다.
지방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다는 A씨는 HUG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어 부부간 출퇴근 문제로 부득이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하려 한다"면서 "정책 홍보 당시 정부나 은행 홍보물 어디에도 (목적물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사항이 없었는데, 이번에 은행을 가보니 안 된다고 한다. 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했다.

HUG는 대출을 그대로 두고 담보 목적물만 바꾸는 것이 현재 전산에서 불가능해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 구조가 다른데다 은행의 전산 업무 이슈가 겹쳐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의 목적물 변경이 가능하게끔 제도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품을 만들 때 수요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고려해야 하는데 상품을 만드는 주체가 너무 공급자 위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수요자 편의를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