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이후 의료현장 관심도 상승
'선넘은' 브이로그, 사망부터 항문 환자 치료까지 적나라
의료법 변호사 "비밀유지의무 위반, 법적으로 문제 있다"

스스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라고 소개한 유튜버가 교통사고를 당해 상태가 위중한 환자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부터 사망에 이르는 과정까지 촬영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는 해당 브이로그(VLOG·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R 스토리[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에 게시된 환자 임종 장면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의 한 모습. 의사라고 밝힌 영상 촬영자가 위급환자에게 심페소생술을 하던 중 옆의 동료 의료진에게 "안되실 것 같아. 그치?"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인 ‘ER 스토리[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에는 ‘외상 환자의 심폐소생술’이라는 제목의 영상 콘텐츠가 게재됐다. 4분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온 한 남성에게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기관삽관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문제는 환자나 보호자와의 동의 없이 치료 과정이 적나라하게 모두 영상에 담겼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환자의 상의, 하의가 벗겨진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심폐소생술에도 환자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자 해당 교수는 "안타깝지만 안될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익스파이어(expire·사망선고) 할께요"라고 말하며 환자의 사망 상황까지 영상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이 채널에는 항문에 이물질이 들어간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영상을 블러(Blur) 처리를 해 명확하게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환자의 둔부가 드러내고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이물질을 꺼내는 장면 등 구체적인 장면이 담겼다.

ER 스토리[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 환자의 항문에서 이물질을 빼는 치료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브이로그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조선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의료법상 의료인은 환자 본인이 밝히기 싫어하는 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첫째는 환자가 의료인을 신뢰할 수 있게 해 질병을 숨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적절히 치료받도록 하는 공익적 이유, 둘째는 환자 인권 차원에서 프라이버시 보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법 21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임종 모습 등을 환자의 동의 없이 유튜브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것은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서적 문제가 있음은 물론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의료법상 비밀유지의무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말했다.

29일 폐쇄되기 전 ER 스토리[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에 게시됐던 영상 목록.

‘ER 스토리’는 이달 15일 논란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총 6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채널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줘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이 국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일자 29일 채널 자체가 삭제된 상태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의료현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검체 채취 모습 등 의료현장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개설된 지 4개월 된 응급실 간호사의 일상과 업무현장을 보여주는 '서로의 끝판왕'은 구독자 5000여명에 단일 영상 조회수는 최고 30만회에 이르기도 했다. 위험 수위를 넘어서지 않을 경우 의료현장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국민의 의료 관심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