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미국>이탈리아>폴란드>인도 순...전세계 106개국
수젠택, 4월들어 작년 매출액 4.2배 벌어…씨젠, 2분기 매출 1600억원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에 쓰이는 국산 진단키트가 전세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연 초부터 현재까지 국내산 진단키트는 총 106개국에 2000억원 이상 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 국내 진단 기업 3곳(오상헬스케어,씨젠,SD바이오센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수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등에 수출 계약을 따낸 물량이 이미 작년 전체 매출액을 웃도는 회사도 나타났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연 초 미미했던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실적이 3~4월 들어 급증했다. 월별로는 1월 3400달러(0.0022톤)에서 2월 64만2500달러(1.6톤)에 그친 반면 3월에는 2410만3200달러(32.4톤)로 급증했다. 이어 이달 들어 20일 기준 1억3195만3300달러(105.3톤)로 전월 동기 대비 금액은 18배, 중량은 8배가 넘게 늘었다. 올들어 4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규모가 1억5670만2000달러(139.3톤)에 달한 것이다. 약 1937억원 규모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1924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체 수출물량의 12.3%에 달했다. 뒤이어 미국 1559만달러(9.9%), 이탈리아 1488만달러(9.5%), 폴란드 953만달러(6.1%), 인도 869만달러(5.5%), 러시아 761만달러(4.9%), 스페인 754만달러(4.8%) 순으로 전세계 106개 국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씨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SD바이오센서,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7개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코로나19 유전자 검사(RT-PCR) 시약 품목이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아 해외 수출이 가능하다. 이 중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씨젠, 피씨엘, 랩지노믹스,캔서롭이다. 솔젠트는 내년쯤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기업 중에선 수젠텍이 공시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출 계약을 따냈다. 지난 22일 프랑스 다쏘그룹(Groupe Dassault)에 56억560만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따냈다고 공시했다. 이는 수젠텍 작년 연결기준 매출 기준 145.79%에 이른다.

수젠텍은 이달 10일부터 22일까지 같은 진단키트를 해외에 공급하는 계약을 총 8차례 맺었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에 9억8982만원 규모(작년 매출액의 25%)의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 키트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같은 날 남미에도 8억7360만원(매출액의 22%) 수출 계약을 진행했다. 이 밖에 브라질(4억9923만원·12%), 모로코(6억850만원·15%), 러시아(26억7740만원·69%), 스페인(52억7017만원·148%)과 계약을 줄줄이 성사시켰다. 4월 한달 동안 작년 매출액(38억원)의 4.2배를 번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유럽발 항공편 입국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096530)은 22일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매출액이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씨젠에 따르면 회사 제품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의 코로나19 진단키트로, 3개의 목표유전자(E, RdRp, N) 모두를 검출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6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23일자로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SD바이오센서의 진단키트도 RT-PCR 방식이다.

업계에선 RT-PCR 방식 진단키트의 테스트 개당 단가를 1만원으로 보고 있다. 씨젠의 경우 RT-PCR 방식 진단키트를 이달 하루 20만 개, 오는 5월과 6월에 하루 30만 개를 생산하면 올 2분기에 코로나19 진단키트로만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한 분기 매출이 지난해 매출(1219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해외 주(州)정부나 단일 기업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곳도 눈에 띈다. 랩지노믹스(084650)는 지난 16일 인도의 지멘스 헬시니어스와 91억원(작년 매출액 27%) 규모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달 7일에는 쿠웨이트 정부 보건복지부와 36억원(매출액 10%)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메릴랜드 주 정부와도 비슷한 시기에 92억원(매출액 27%)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피씨엘 역시 4월부터 총 21건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건 모두 상대방의 영업비밀 요청에 따라 자세한 공시가 유보됐으며, 모두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다. 캔서롭은 아직까지 단일판매 공급계약 공시를 올리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코로나19 대응에 비상이 걸린 미국 지방정부들이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18일 메릴랜드주를 시작으로 이번 주말 콜로라도주, 뉴욕주까지 한국산 진단키트를 요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칫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퇴색시킬까 우려하는 모습이지만, 당장 진단키트 확보가 다급한 주 정부들은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K-코로나 진단키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