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업부 직원 3000여명, 전환배치 약속 받았지만… 로드맵 없어 불안
LCD 구조조정한 LG디스플레이도 2년간 전체 14% 감원, 희망퇴직 우려도
노조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案 공유해달라" 사측 "구체화 안 됐다"

"사업 정리? 할 건 해야죠. 직원들 거취에 대해서만 회사 측에서 명확하게 공유를 해주면 좋겠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혹시나 희망퇴직이라도 하는 건 아닐지 불안하네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을 연내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복수의 직원들은 이처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말로 사업 중단 시점은 다가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거취 문제가 뚜렷하게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2만3000여명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국내 직원 가운데 LCD를 생산하는 대형사업부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규모를 3000여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부나 중소형 사업부로 전환 배치되겠지만 일부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처럼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전경.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두 차례 사측에 공문을 보내 LCD 직원들의 구체적인 전환 배치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약 희망퇴직을 받을 경우 몇 명 규모로 예정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사측에서는 "몇 명을 어디로 보낼지 아직 구체적 로드맵은 없다"며 "직원들의 우려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31일 아산사업장에서 LCD를 담당하고 있는 대형사업부 주요 임직원을 모아두고 설명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LCD 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면서 관련 개발·제조 분야 직원들은 LCD 생산이 종료되는 시점에 중소형사업부, QD(퀀텀닷) 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사 양측은 직원들의 전환 배치 등의 문제를 논의할 교섭 날짜를 5월 중으로 조율 중이다. 다만 이때도 사측에서 구체적인 전환 배치 계획을 확정해 공유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에서 구체적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확정해야 라인·캐파별로 필요한 인력을 대형사업부에서 가져와 배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그럼에도 남은 인력은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희망퇴직을 한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에도 직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도 LCD 본격 구조조정을 시작한 최근 2년 사이 관련 생산직·사무직 임직원 6500여명을 감원한 바 있다. 전체 임직원의 14% 수준이다.

또 전례를 고려했을 때 일부 대형사업부 직원이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헤쳐 모여’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다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8세대 LCD 라인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매각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본격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국내, 중국의 7·8세대 라인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국내 라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 투자를, 중국 라인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7세대 라인에서 월 16만5000장, 8세대에서 36만3000장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내년부터 제로가 된다.

이 같은 급격한 사업 구조조정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 가격 하락이라는 구조적 열세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집계를 보면,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한국의 대형 LCD 점유율은 24.7%로 이미 중국(39.9%)은 물론, 대만(30.9%)에도 밀린 상황이다. 옴디아는 올해 한국 점유율이 21.6%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