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장례식장행, 분만실행 두가지 길 있다"
김용태 "실력·품격 없이 거대한 오판…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정병국 "지지층도 시야 넓혀야…우리끼리만 리그로 안된다"
이준석 "'막말'로 국민들에게 통합당 찍지 않을 이유 만들어줬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도층에게는 미움을 받고, 지지층에게는 걱정을 드리는 정당이 됐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 17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장 의원은 4⋅15총선 참패에 대해 "어쩌다 이렇게 까지 망가졌을까, 어쩌다 이렇게 까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생각하니 암울하기만 하다"며 이렇게 적었다.

장 의원은 "통합당 앞에는 장례식장행과 분만실행 두가지 길이 놓여 있다"며 "완전히 죽거나 새로 태어나는 길 뿐"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52%(6만6353표)를 획득, 46.5%(5만9346)표를 얻은 민주당 배재정 후보를 가까스로 이기고 당선됐다.

총선에서 통합당은 대구⋅경북⋅부산⋅울산 등 영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패하면서 지역구 의석 83곳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이틀 후인 이날 당 내에서는 때늦은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우리는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거대한 오판 끝에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의 대항마로 서울 구로을에 공천됐으나 적지 않은 표 차이로 낙선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잘잘못을 떠나 미래통합당에게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우리의 자승자박이요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내 잘못에 이 신새벽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 가눌 길 없다.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 뿐만 아니라 당원, 지지층에 대한 쇄신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지지층, 당원들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공략을 해야 될 대상은 중간지대에 있는데, 선거 과정에서 끊임 없이 문제제기를 해도 결국은 우리끼리만의 리그 속에서 벗어나야 못했다"고 했다. 이는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차명진 후보의 제명 과정에서 통합당 당원 게시판에 차 의원에 대한 지지글이 쇄도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통합당의 쇄신에 대해 "유튜버들한테 휘둘리는 이런 수준의 정당은 이제 안 된다"며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총선 참패는 사전투표 직전에 터졌던 막말 파동의 영향이 컸다"며 "이번엔 코로나 이슈가 커 마지막까지 결정 못 한 유권자들이 많았다. 유권자들에게는 ‘이 당을 찍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필요했는데 그걸 만든 게 막말 사건"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살피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을 급히 이루면서 마무리하지 못한 체질 개선을 매듭짓겠다"며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