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두산건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두산건설의 보통주 82.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각에서는 두산건설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17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두산중공업의 발표를 보면 두산건설도 검토 대상에는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와 증권업계 등에서는 두산건설이 매각될 경우 득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평가기관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을 이대로 안고 간다면, 그룹 전체적으로나 두산건설 입장에서나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모회사와 그룹 전체의 지원이 있었고 이를 고려해 두산건설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했지만 현재로선 두산중공업과 두산 그룹이 계열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 여력이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2018년 4월 ‘BB+/부정적’에서 2019년2월 ‘BB/하향검토’로, 그해 5월 ‘BB-/안정적’에서 다시 올해 3월 ‘BB-/하향검토’로 신용등급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성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업체 대표는 "건설사는 매각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며 "과거 많은 부실이 발생했었고, 재무적으로도 취약한 편이라 매수하려는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방식과 인수 주체의 재무적 여건도 관건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갖고 있던 채무를 남기고 사업 자체만을 넘길 경우 딜이 성사될 수 있다"면서 "인수주체가 사업 및 재무적으로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두산건설에게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도 괜찮을지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설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주간사로 참여했으나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서부선 경전철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부선 경전철 사업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지하철 6호선)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사업으로, 2008년에 사업이 추진됐다가 2017년 서울시가 서부선 사업 주간사인 두산건설의 사업제안서를 접수하면서 재추진됐다. 서부선 사업 컨소시엄에는 두산건설을 비롯해 한화건설,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이 사업은 지금도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 2월 사업제안서 제출 이후 현재까지 서부선 민자 적격성 조사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전철 수혜지역'이 부각되며 교통호재 지역 집값이 들썩였는데, 정작 진척이 없는 셈이다. 앞서 은평구는 서부선 경전철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두산건설이 짓고 있는 아파트가 제대로 완공할 지를 궁금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공시된 두산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택사업의 경우 △고덕강일4단지(완공예정일 2020년6월) △계림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2021년 4월) △고양향동4공구(2021년 6월)△광명16구역(2021년6월) △좌천·범일구역통합3지구도시환경정비사업(2022년 10월) △별내선연장2공구(2023년 9월) △신분당-용산1-2공구(2024년 12월) 등 2016년~2018년 수주한 공사들이 진행 중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2009년 시작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화해 위기를 겪었고,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한편, 두산건설이 영위하는 사업은 크게 토목사업본부(공공·민자 토목, 환경플랜트)와 건축사업본부(건축·주택), 기타(임대업) 등이다. 작년 토목사업본부 매출액은 3799억원, 영업이익은 226억원이었다. 건축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3434억원에 영업이익은 567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전국 사업장에서 공사가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면서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