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기조도 상당수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지금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이어지고, 불안한 징조가 나타나는 임대시장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주택시장은 규제 영향 아래 놓일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송파구 일대 한 아파트 단지.

◇종부세 강화… 한발 물러설까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국 부동산시장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느 정도 진정된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9%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69% 상승했다.

부동산시장이 당장은 안정됐다고 하지만, 넘치는 유동성 때문에 언제든 과열된 가능성은 있다. 정부와 여당 역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부동산 정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변화가 있을 경우 대응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여당은 이달 말 열릴 임시국회에서 12·16 부동산 대책 당시 내놓은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방안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보유세가 부과되기 위해선 과세일인 6월 1일 이전에 입법을 마쳐야 한다.

시가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1~0.3%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해선 0.2~0.8%포인트 인상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과표 94억원(1주택 162억1000만원 초과·다주택 157억8000만원 초과)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 4%의 종합부동산세율이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도 기존 200%에서 300%로 확대된다.

종부세 강화는 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강화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미 코로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잠잠해진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건 조세 저항만 부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앞서 선거 유세에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 실거주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1주택 장기거주자의 종부세 완화에 대해 중앙당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1주택 종부세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2·16 대책 수준에서 물러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인 셈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본질은 종부세가 아니라 재산세"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공시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이상 재산세 부담은 줄지 않는다"면서 "강남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를 뜯어보면 70~80% 정도가 재산세인데, 종부세를 줄인다는 건 어찌 보면 말장난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합이다.

◇시장 안정 해치는 재건축은 규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규제 일변도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이 들썩거리면 주변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서울의 경우 강남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총선 이후에도 기존 부동산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큰 변수로 작용하기 힘들다"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정비사업으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공급정책의 핵심은 수도권 3기 신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양 창릉신도시가 속한 고양정과 남양주 왕숙신도시가 속한 남양주병 등에서 모두 여당이 승리하며 3기 신도시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10만가구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3기 신도시에 청년·신혼맞춤형 5만가구, 지역거점 구도심 재생사업을 통해 4만가구, 코레일부지·국공유지 등에 1만가구를 공급한다고 약속했다. 청년·신혼부부 각 100만가구에 공공주택·금융지원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임대차시장은 기존에 거론됐던 전·월세거래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매매처럼 전·월세도 일정 기간 안에 신고하는 전·월세거래 신고제는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법무부가 담당하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정부·여당이 조만간 도입할 뜻을 비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2년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경우 전·월세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는 제도다. 다만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 여파를 당장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총선이 끝나자마자 임대차보호법을 논의하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