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채권단이 이 회사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이번 실사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방안과 추가 지원 여부를 논의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실사 담당기관으로 선정하고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예정이다. 이번 실사 결과는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에 따라 자율협약 개시 여부 등을 결정한다.

채권단은 두산 측에 경영정상화 지원 검토를 위해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과 노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등의 원칙을 전달했다. 두산도 이 원칙에 공감하고 실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조만간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인적분할을 비롯해 고정비 절감을 위한 추가 구조조정, 유휴 인력에 대한 휴업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매각도 추진한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지분(44%)을 포함해 두산이 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제출하면 이를 포함한 정밀실사를 진행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유동성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른 시일 안에 정밀실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5~6월 중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6000억원 규모 외화채권 만기가 4월 말과 5월 초로 예정돼 있다. 5월 중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대다수 투자자들이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두산중공업이 5~6월에 필요한 자금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이고, 자회사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0조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 차입금 가운데 4조2000억원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다만 시중은행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각각 1조4000억원, 7800억원이다. 시중은행 중에는 우리은행이 2270억원으로 가장 많고 SC제일은행 1700억원, 농협은행 1200억원 등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을 검토한 뒤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추가 자금 지원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