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강원, 금융 당국 제출 위한 자구 계획 마련 중
産銀 "LCC, 심사 통과해야" 입장 고수
"정부, 이럴 거면 면허 왜 준 건가" 비판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 입은 저비용항공사(LCC)에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출범한 지 140일밖에 안 된 신생 항공사에도 과거 3년 치 경영 실적을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항공사 긴급 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신생 항공사의 구조조정을 의도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 특화 LCC 플라이강원은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에 정책 자금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제출할 추가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부실기업까지 다 살릴 수 없다’는 원칙 하에 자금 지원 심사를 위해 과거 실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이강원은 과거 경영 실적이 없는 신생 LCC라서, 실적 대신 금융 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식 취항한 플라이강원의 여객기.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티웨이항공 60억원 ▲에어서울 200억원 ▲에어부산 300억원 ▲제주항공 400억원 ▲진에어 300억원 등 5개 LCC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때 플라이강원은 배제됐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은 제출할 과거 경영 실적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다른 LCC에 적용하는 심사 잣대를 플라이강원에 똑같이 적용할 경우, 이번에도 지원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읍소해보기도 했지만,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미래 사업 추진 계획 같은 건 보려 하지 않고 과거 3년 치 실적이 심사 기준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플라이강원은 양양~제주 노선만 하루 1회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의 탑승률은 30%에 불과하다. 경영 상황은 악화하고 있으나 플라이강원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액은 207억원, 자본금은 409억원이며 작년 당기순손실은 149억원이었다. 양양~타이페이, 필리핀, 클락 노선의 비운항 기간이 늘어나면서 플라이강원은 올해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이강원을 비롯한 신생 LCC에 대한 긴급 지원의 돈줄을 쥔 금융 당국은 미온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LCC 지원금은 모두 은행 재원으로 대출하는 것으로, 심사를 통과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며 "플라이강원 또한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심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플라이강원 지원을 두고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위로서는) 다 지원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긴급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중 플라이강원이 유일하게 취항하는 양양국제공항.

신생 LCC가 이번에도 정책 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항공 산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플라이강원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가 플라이강원 대표이사를 만나 "금융위와 산은을 설득하려면 회사 측에서 자구 계획을 촘촘하게 마련해 노력하고 있다는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출범 당시 강원도 차원에서 약속했던 지원 계획도 활용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도 지난달 25일 추가경정예산을 29억원 규모로 편성해 플라이강원에 손실보전금 명목의 긴급 지원을 하기로 했다. 플라이강원의 사옥 부지 사용료도 감면해주고, 세금 징수도 유예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민들은 플라이강원이 출시한 무제한 항공권 구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제한 항공권이란 플라이강원이 취항하는 모든 국내·국제선을 6개월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일종의 회원권이다. 무제한 항공권은 10일 현재 2억원 어치 팔렸다.

플라이강원은 현재 ▲전 직원 254명 대상 3~4월 유급휴직 및 임원 급여 반납 ▲고정비 최소화(월 30여억원) ▲165억원 상당의 유상증자 추진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등의 지급 일정 연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무제한 항공권 판매 등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LCC가 지나치게 많아 포화 상태인 국내 항공산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므로, 무분별한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정부의 무책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플라이강원의 경우 당초 출범 취지가 외국인 관광객을 강원도로 유치해 침체한 양양공항을 살려보자는 것이었고, 정부도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플라이강원을 통해 지역 경기를 살리자는 목표에 공감했던 정부가 기업이 위기로 인해 휘청거리자 돕는 데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플라이강원은 지역 특화 항공사로, 인천·김포공항에 취항해 가격 경쟁을 벌이는 LCC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이럴 거면 면허를 왜 준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