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사전투표소 바닥에는 1m 간격 스티커 부착
투표소 관리위원·유권자 모두 장갑 착용
소규모 투표소에서는 간격 유지 잘 안 되기도
시민들 "코로나 때문에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핑계"

"손 소독제로 손을 먼저 닦고 비닐장갑 착용 후에 입장해주세요."

4·15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3층. 이곳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다수가 남영동 주민이 아닌 관외 선거인들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투표소를 찾은 사람들은 1m 간격으로 줄을 섰다. 바닥에는 흰색 테이프로 간격이 표시돼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

투표소 앞에선 관리위원들이 손 소독제를 직접 손에 짜주었다. 이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건넸다. 투표소 관리위원들은 "기표를 모두 마칠 때까지 비닐장갑을 착용해주세요" "앞 사람과 1m 거리를 유지해주세요" 등을 당부했다. 투표소 관리위원들도 흰색 라텍스 장갑을 낀 채 수차례 손 소독제로 소독했다. 바로 뒤에선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었다. 기준 체온 37.5도가 넘는 사람은 직접 발열 증상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띄엄띄엄 줄 서고 있다.

투표소에 들어간 사람들은 신분증을 제시할 때만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신분 확인 후 투표 용지를 받고 기표한 다음 투표함에 넣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닐 장갑도 투표권 행사에 있어 방해 요소가 되지는 않았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최모(72)씨는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해보기는 처음이지만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김모(46)씨는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다보니 기표할 때 미끄러웠지만 김장할 때도 다 끼는 장갑인 만큼 투표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전투표소 입구에는 발열·호흡기 환자를 위해 별도로 임시 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기표소가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잘 활용되지는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동 주민센터 입구에는 발열 체크 결과 기준 체온이 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가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기준 임시 기표소를 이용한 사람은 없었다. 한 투표소 관리위원은 "발열 체크는 입구에서 체온계로 측정이 가능하지만, 호흡기 증상 여부는 본인이 직접 알려오지 않는 이상 걸러낼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m 간격 두기도 비교적 느슨하게 지켜지는 편이었다. 바닥에 붙은 ‘1m 이상 거리두기’란 스티커가 무색하게 일부 시민은 신분 확인 직전까지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섰다. 관리위원이 이따금씩 "떨어져 서주세요"라고 말할 뿐 별도의 제재가 없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입·퇴장 통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좁은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를 하려는 사람과 마친 사람들이 서로 뒤엉키기도 했다. 투표소가 있는 4층을 오가기 위해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시민이 몰리면서 8명이 한번에 1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에 탑승하는 일도 있었다.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이 몰리는 오는 15일 선거 당일을 피해 사전투표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2.5%로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1.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투표자수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2%보다도 0.5%포인트 높았다.

이날 사전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코로나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박모(38)씨는 "투표소도 깨끗하고 비닐장갑까지 제공해주는 만큼 코로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소중한 권리를 많은 사람들이 행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남구 도곡2동 주민센터를 찾은 김모(86)씨 부부는 "사람이 모일 것 같은 투표일을 피해 이날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핑계"라고 했다.

사전투표는 오는 11일까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주소와 관계없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3508곳 어느 투표소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