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

李, 후보자 지원유세 위해 충청行
지지율 앞서는 李, 전국 지원 유세 병행
뒤쫓는 黃 '안방 지키기'집중⋯종로 못 비울 처지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지난 4일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일교차가 크다"

4·15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는 지난 9일 유세 현장에 온기(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 후보는 "온기를 말하기에 몹시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서울 종로. 닷새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거구다. 민주당에서 직전 국무총리인 이 후보가 미래통합당에선 박근혜 정부 때 국무총리를 한 황교안 대표가 출마한다.

대선주자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이 후보와 황 후보 가운데 누가 '정치 1번지' 종로를 거머쥘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몰린다. 국무총리 출신 두 명이 붙는 빅매치이지만, 두 사람의 행보는 차이가 있다. 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의 절반은 전국 유세를 다닌다. 반면, 황 후보는 종로 지키기에 열중하고 있다.

◇李, 선거운동 9일 중 절반은 전국 지원유세...강원, 부산·경남, 경기行

이 위원장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10일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을 찾아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아흐레 동안 닷새를 후보자 지원에 사용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일은 국회에서 합동출정식 등 일정을 소화했고 3일은 강원도 6일 경기북부 8일 부산·경남·경기도를 찾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부산 현장에서는 오전 중구·영도(김비오 후보) 남항시장에서의 지원유세를 시작으로 진구갑(김영춘 후보)·진구을(류영진 후보), 사상(배재정 후보)을 잇달아 방문했다. 남항시장에서 음식점과 상점을 찾아 "우리 김비오 후보 일 좀 시키라"고 했고, 경남으로 이동해 양산갑·을, 창원·진해 등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오후에는 경기도 의왕·과천, 성남 분당갑, 용인갑·을·병 지역을 방문했다.

이 위원장 측은 이날 당초 충청권 유세 도중 아산 배방읍사무소를 찾아 투표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 위원장은 실무단계에서 검토됐던 내용일 뿐이라며, 종로에서 공개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구 후보가 자신의 출마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구를 찾아 사전투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선거를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 위원장도 안도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황 대표를 앞서고 있지만, "찍을 정당이 없다"거나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는 부동층(浮動層) 유권자가 25% 가량 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 캠프 관계자는 "전국 지원 유세를 다녀와서도 이 위원장은 항상 종로 일정을 챙겼다"며 "지원 일정을 마무리하고 종로 유세에 최대한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항상 유권자 눈 앞에 있어야 한다'...黃, 종로 민심 다지기 주력

황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주일 째 '안방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 황 후보는 지난 9일 새벽 6시 교남동, 무악동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오후 8시 부암동 퇴근 인사까지 꼬박 14시간을 종로의 길거리를 누볐다. 지난 8일에는 호남 유세를 간 비례정당 미래한국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후보들을 배웅하고 배웅한 후 지상욱(중구성동을) 후보의 지원유세를 한 것 외에는 종로를 떠나지 않았다.

최근 한 달 동안 신문 방송 등에서 집계된 여론조사에서 황 후보의 지지율은 경쟁자인 이 후보에 10~20% 포인트 뒤진다. 한 달 전 20%포인트 후반대였던 지지율 격차가 최근 10%포인트대로 줄었지만 길 길이 멀어보인다. 황 후보측 관계자는 "격차도 중요하지만 지지율은 추이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지역구 유세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달 동안 황 대표와 이 위원장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TV조선이 메트릭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위원장과 황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13.3%포인트였다. 이는 지난 1월28~30일 SBS가 의뢰해 실시한 입소스 여론조사 때 황 대표 지지율(26.0%)과 이 위원장(53.2%) 지지율 격차(27.2%포인트)의 절반 수준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통합당 정책연구원 여의도연구원은 두 후보간 격차가 한자리 수까지 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총선은 황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중대한 선거다. 통합당 대표로서 총선에서 당이 패배하며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당이 승리하더라도 종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황 대표의 입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당이 패배하더라도 종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황 대표는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기회가 남아있다.

황 대표 캠프는 선거 마지막 날까지 선거 유세의 기본인 지역 바닥 민심 훑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캠프 관계자는 "항상 유권자들 눈에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유세에 열중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단 한 순간도 한 눈 팔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종로 선거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지율 격차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난 20대 총선을 되새기며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20대 총선 종로 선거에서는 총선을 16일 앞두고 실시한 KBS와 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2016년 3월 20일)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정세균 후보(28.5%)를 12.9% 앞섰지만, 실제 투표결과는 정 후보(52.6%)가 오 후보 (39.7%)를 크게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