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 왕가 내부에서 150명 정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각) 왕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수도 리야드시가 있는 리야드주 주지사 파이잘 빈 반다르(77) 왕자도 감염돼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왕가 소식통들과 의료진은 이 신문에 "수천 명에 달하는 알사우드 왕가의 왕자는 유럽을 자주 오간다. 이들 중 일부가 감염된 채 귀국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의 대사원에서 2일(현지시각) 비정기 성지순례(움라)에 나선 신자들이 카바(사원 중앙의 육면체 구조물) 주위를 돌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외국인 순례자의 입국을 중단한 탓에 이곳을 찾은 신자들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NYT는 7일 밤 왕가 주치 병원인 파이잘국왕 전문병원 경영진이 의사들에게 보낸 전문에서 "전국의 VIP(왕족) 치료에 대비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감염됐는지 모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왕가 일족과 측근에서 나올 감염자 치료를 위해 병상 500개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란의 고위 관료들에 이어 사우디 왕가도 전염병에 걸린 것은 이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는 증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코로나19 확산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대처한 동기가 왕가의 감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왕족 감염과 관련한 NTY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2월 말부터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봉쇄하고 외국인 입국과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8일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932명(사망 41명)으로 한 주 동안 1.7배로 늘었다. 타우피크 알라비아 사우디 보건장관은 7일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주 안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명에서 최다 2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