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9일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오른쪽 두번째) 5차 회의를 개최했다.

대법원장 자문기구 사법행정자문회의가 고위 법관 특혜로 지목돼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관용차 배정을 현행 대비 40%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문회의는 9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위원 9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 다수는 재판업무만을 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에게는 관용차를 배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각급 법원장을 비롯한 기관장과 대외기관 업무수행상 필요성이 큰 일부 보직자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관용차 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새 배정기준의 구체적인 시행시기, 관용차 운행을 위해 채용된 인력 등에 대한 보완조치 등에 대해서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세부사항을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법원이 현재 운용 중인 관용차는 136대로 이중 재판업무만 담당하는 법관에게 배정된 건 85대, 62.5% 수준이다. 나머지는 법원장 등 사법행정을 전담하거나 재판업무와 병행 중인 법관들에게 배정돼 있다.

앞서 검찰의 경우 작년 10월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관용차 이용을 중단시켰다. 이후 법원 관용차 예산만 10억원에 달하는 등 과도한 특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자문회의는 올해 하반기 일부 법원을 대상으로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내년 정기인사에 맞춰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증거분리제출이란 형사재판에서 재판부의 예단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소장 외에 나머지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은 재판이 시작될 때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검찰 인지 사건 등 일부 사건에만 적용돼 왔다.

자문회의는 "정식재판이 청구되거나 공판회부 결정이 내려진 사건 전체에 대해 시행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고, 현실적인 여건도 마련됐다"면서 "실질적인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확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판부 운영이나 사건 배당 개선, 관련 예규 개정 등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시범 실시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회의에서는 법관에 대한 변호사평가 개선 방안 연구를 담당할 논의기구 구성도 다뤄졌다. 자문회의는 법관과 변호사 각 4명 동수로 구성한 TF 형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다가 '법관평가제도' 특별위원회로 전환해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자문회의는 그 밖에 점자판결문 등 시각장애인에 대한 법률 서비스 개선 업무의 경우 우선 외부 위탁 등을 통해 수요·결과를 분석한 뒤, 법원 자체 시설·인력을 갖추고 직접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