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아시아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직면했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국제 여행 제한 때문에 투자금 유치를 위한 사업설명회 개최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거리의 야경. 트위터 캡처

영국 컨설팅업체 프레친에 따르면 올 1분기 아시아 중심의 벤처캐피탈(VC)이 조달한 자금은 22억달러(2조6842억원)로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코로나 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적어도 향후 1년 동안은 스타트업·벤처기업 투자 지출을 줄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미국 유명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 관계자는 지난 3일(현지시간) 화상 컨퍼런스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이런 환경에서는 자금이 거의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속하고 심도 있게 지출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벤터캐피탈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산업들은 현재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아웃소싱 계약을 줄이는 등이었다.

벤처캐피탈 투자 인기가 높았던 여행업계 스타트업도 ‘코로나 쇼크’를 빗겨갈 순 없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MDI벤처스의 알디 아드리안 하르탄토 투자본부장은 "직원들은 다른 회사로 옮겨갔고 경영진을 필두로 한 임금 삭감이 시작됐다"며 "스타트업 기업에 봉쇄령 확산에 따른 또 다른 타격에 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올해 경제성장 속도가 22년 만에 가장 느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아시아 전역의 여행 제한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의 자금 지원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일부는 화상 회의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중국 대표 벤처캐피탈 고비파트너스 관계자는 "대면 미팅 없이 거래를 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 상호작용으로만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데이트 앱에서 결혼하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 공모까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4건의 공모가 취소돼 연간 6건의 공모가 취소된 2018년 기록을 넘어섰다.

코로나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 중국에서도 창업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투자 전문 상무 저우샹은 "중국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은 매우 어렵다"며 "이맘때가 중국 스타트업 성수기인데, 올해는 지금까지 성사된 투자 거래가 거의 없다"고 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IT쥐즈(桔子)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건수는 634건으로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편 전체 모금액은 1191억위안(20조52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