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철물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 달간 점포가 휴업해 3월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급여의 70%를 보장해 주는 휴업수당도 받지 못했다. 직원 수가 3명 뿐인 이 철물점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정부가 주는 휴업수당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19로 무급휴업을 했으나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어 생활이 힘들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 업체들이 휴업에 돌입하면서 급여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 소상공업체 근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휴업수당 지원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제공하지만 대다수 5인 미만 소상공 업체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아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에 들어간 업체들이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도록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이다. 이 지원금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업체가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급여의 70%)의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명동의 일부 점포들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기사와는 무관)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5인 미만 업체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종업원 수는 약 224만명이다. 5인 미만 업체 전체 종사자(603만명) 가운데 약 37%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379만 종사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이거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휴업수당 지원금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사업주가 무급휴업을 강요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해고를 당해도 속수무책이다. 정부가 실직자에게 지원하는 실업급여 역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만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 판매업체에서 일하는 강모씨는 "회사가 어렵다며 직원 4명 중 절반인 2명을 해고시켰다"면서 "직장이 고용보험에 안 가입돼 있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데 앞일이 막막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업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소상공 업체들의 낮은 고용보험 가입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업계 한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직원이 많은 5인 미만 업체들의 경우 고용보험료를 낼 여력이 안되는 곳들이 많다"며 "코로나 쇼크로 그동안 파묻혀 있던 고용보험 뇌관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문제에 대해 정부가 실태파악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보험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영세 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