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9조원 넘게 늘며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주식투자를 위해 빚을 낸 개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대출도 전월보다 3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로 늘었다.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이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었고, 정부와 은행의 지원도 있었다.

3월 가계대출.

8일 한국은행의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910조9000억원으로 전달대비 9조6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로, 지난 2월(9조3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는 개인들의 ‘빚투’가 작용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지난달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2월(1조5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 이상이다.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투자자금 수요가 가세하면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증권사 투자예탁금이 지난달 12조원 증가한 것 등으로 미뤄봤을때 코로나19로 폭락한 주식을 사기 위한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3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72조원으로 직전달 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2월(7조8000억원 증가)보다는 증가폭이 줄었지만, 주택전세·매매 및 입주관련 자금수요와 비은행 대출 대환수요가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정부가 12.16 대책을 시행한 후 서울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매매거래는 줄었지만, 서울의 비(非)고가 아파트와 경기도 지역 아파트의 거래가 늘어난 것이 가계 대출 증가폭 감소를 제약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서울 고가 아파트를 규제하자 경기도 등지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큰 폭 증가세는 4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거래는 약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수요로 이어진다"며 "2월달 경기도 지역 거래량이 상당히 많았기에 4월에도 은행 가계대출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000호로 전달(6000호)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경기도 지역 거래량은 3만2000호로 전달(2만1000호)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일부 사업 및 생계자금 용도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은행 모니터링 결과 지난달까지는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 증가 압력은 제한적이었다고 한은은 밝혔다.

기업 자금조달.

지난달 기업대출은 직전달인 2월(5조1000억원) 대비 증가규모가 18조7000억원으로 대폭 확대 됐다. 이는 한은이 속보치를 통계 편제한 2009년 6월 이래 최대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었고, 위기 대비용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은행 등의 지원도 있었다.

대기업대출(+10조7000억원)은 전달(-2000억원)에 비해 증가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중소기업대출 증가세(8조원)도 전달(+5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회사채(-0.5조원)는 계절적인 요인과 투자수요 위축 등으로 순상환 전환됐다. 한은은 정부대책 등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에는 아직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인사업자대출(+3조8000억원)도 직전달(+2조20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수요가 증대된 가운데 정부의 정책지원과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