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간 ‘유가 전쟁’에서 미 석유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원유에 관세를 붙이겠다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CNN은 7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훌륭한 산업을 구하고 싶다"며 "(수입 원유에) 매우 실질적인 관세를 붙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어 "원유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독립적인 상태"라며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우리는 외국 원유를 원하지 않고 우리 것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원유 생산량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 사우디 두 나라에서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기에 사실상 효과가 없는 전략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은 사우디로부터 하루 40만1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전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최저다. 러시아의 경우 같은 달 9만5000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그쳤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여부를 두고 미 대형 석유회사들과 셰일업계가 맞붙는 모양새다. 저렴하고 풍부한 양의 외국 원유에 의존하는 대형 석유사들은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이미 배럴당 10달러대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비축하고, 긴축 경영에 들어가는 등 장기전에 돌입했다.

미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엑손모빌은 "자유 시장 체제 운영은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극심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CNN에 밝혔다. 엑손모빌은 배당금을 보호하기 위해 셰일 유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등 지출을 30% 가까이 줄일 예정이다.

반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셰일업계는 ‘유가 전쟁’을 멈춰달라고 트럼프에게 요청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와 사우디 등에 새로운 제재를 적용하도록 셰일업계가 백악관을 겨냥해 강도 높은 로비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셰일업계의 큰 손 해롤드 햄 콘티넨털 리소시스 회장이 이끄는 ‘미국내에너지생산자연맹(DEPA)’은 "러시아와 사우디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훼손하고 세계각국을 인질로 삼아 에너지 초강대국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지난달 미 상무부 조사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만약 외부에서 들어오는 석유에 대해 관세를 물려야 하거나, 수만명의 에너지 기업 근로자들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하루 전날인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 했다고 주장했지만, 양국은 세계 석유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 이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