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지난해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가 드물어 여전히 오너 일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102개사가 이사회에 상정한 2600여개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은 2건에 그쳤다.

부결된 2건은 한화와 한진그룹 이사회에서 나왔다. 한화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 상정한 ‘계열금융사와의 거래한도 승인의 건’은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1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사내이사 2명은 찬성했었다. 한화는 "거래 한도금액이 과다하다는 다수 이사의 의견을 근거로 부결됐고 계열금융사와의 거래한도 수정안 승인의 건으로 재부의돼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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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의 경우 지난해 3월 초 열린 이사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 상정 여부의 건’에 대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2명 모두 반대해 부결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16개 계열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57명에 달했으나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사외이사는 아무도 없었다. 현대차그룹 산하 12개 상장사 사외이사 50명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SK그룹(59명), LG그룹(42명), 신세계그룹(23명), GS그룹(22명), 현대중공업그룹(19명)에서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오히려 경영진의 결정을 지지하는 ‘방패막’으로 활용돼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 사외이사 중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102개사 중 17명의 사외이사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외이사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물산으로 5명이 각각 2억59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6명의 사외이사에게 각각 1억7600만원, 현대차는 6명의 사외이사에게 1억3100만원을 줬다.

사외이사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 기업은 102개사 중 71개사에 달했다. 삼성전기(9000만원), SK하이닉스(8600만원), 기아차(8400만원), LG전자(8400만원) 등의 순으로 높았다.

사외이사 보수를 이사회 참석 횟수로 계산할 경우 1회당 1000만원 이상 받는 기업은 24개사에 달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이사회가 7차례 열려 1회당 사외이사 보수는 37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500만원, 현대차는 1500만원이다.

LG는(1400만원), 호텔신라·에스원·삼성전기(1300만원), 기아차·LG전자·삼성SDI(1200만원), 제일기획·LG생활건강·현대모비스·이노션(1100만원), LG하우시스·GS·현대위아·삼성화재·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카드·롯데푸드(1000만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