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2명 "연간 역성장…2분기부터 수출 타격 본격화"
전문가 전원, 1분기 역성장 전망… -1%대 3명·-2%대 3명

국내 증권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 성장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올 초만 해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2%대 성장을 자신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후퇴하는 '역성장'을 전망하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비즈가 5일 국내 증권사의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명이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을 1% 미만으로 예상했다. 0%대가 5명, 마이너스(-) 전망이 2명이었다. 역성장을 전망하는 이들은 세계 주요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여파가 2분기부터 수출 악화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연간 성장률을 1%대로, 다소 긍정적으로 본 전문가들은 3분기가 되기 전 코로나19가 사그라지면서 성장경로가 복귀하는 경우를 전제로 들었다.

그래픽=정다운

◇전문가 2명 "연간 마이너스 성장…4월부터 수출 부진 심화"

전문가 10명 중 2명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1분기 보다는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분기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위축이 이어졌다면 2분기에는 국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영향을 받아 수출에서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월 수출은 전년대비 소폭 마이너스에 그쳤지만 4월에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이 국가간 이동을 제한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3월까지는 방어가 됐지만 4월부터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1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예상했지만 2분기에는 -2.5%(전기대비) 수준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내수가 성장을 누르고, 2~3분기에는 선진국 쪽 경제 악화로 수출이 성장을 끌어내릴 것 같다"며 "다만 4분기에는 코로나19가 진정이 된다는 전제 아래 수출과 내수가 동반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5명은 올해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0%대인 수요부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겹쳐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0% 상승한 가운데 수요를 반영하는 근원물가는 외환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인 0.4%를 나타냈다.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위기상황을 타개할 만한 성장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내수 기반 서비스업에서 계속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터졌다"며 "1분기 이상의 충격이 지속되면 결국 연간 성장률도 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간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전문가들은 2분기 내수, 3분기에는 수출의 회복세를 전망했다. 현재 내수 충격이 상당히 크기는 하지만 통화·재정정책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지속되고 있어 3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다소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경 규모가 늘어나 내수 성장률은 개선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3분기부터는 선진국의 코로나19 충격이 완화되면서 대외 수요 일부가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정다운

◇1분기 전기比 성장률 최저 -4%대까지 내다봐

전문가 10명 전원은 올해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정부지출로 1.3%까지 끌어올려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역기저효과가 예견된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는 1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이달까지 생산, 소비의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커 증권사들마다 전망치 수정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굉장히 컸다"며 "경제지표 대부분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1분기에는 전기대비 3.7% 역성장할 걸로 전망한다"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과도하게 높아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애초에 역성장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소비가 워낙 악화돼 -4%대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 10명 중 4명은 1분기 성장률을 -1%대로, 3명은 -2%대로 전망했다. 이들 중 일부는 2분기에도 마이너스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을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1.4%, 2분기는 -0.7%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반기가 되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좀 잠잠해지겠지만 상반기까지는 내수, 수출로 이어지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