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1월 밝힌 2300억원 자금 수혈 방안 무산
사실상 쌍용차 포기…"자금과 관계없는 지원은 계속 할 것"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신규 자금 투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 추진해왔던 23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 계획을 파기하고, 대신 운전자금으로 400억원을 지원키로했다. 쌍용차는 독자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한다. 사실상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한 셈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마힌드라 그룹 산하 자동차 회사인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는 3일(현지시각)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발표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노사가 향후 3년간 필요한 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힌드라에 요청한 신규 자본 투입이 논의됐다"며 "이사회가 오랜 심의 끝에 현재와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쌍용차에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이어 "이사회는 쌍용차가 대안을 모색하는 동안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마힌드라 경영진이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마힌드라와 1월 쌍용차 회생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는 데, 그 가운데 2300억원을 마힌드라가 부담하는 방안을 가지고 산업은행과 협상을 해왔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한국을 방문에 이 같은 계획을 밝히고 "국책은행(산업은행)에서 나머지 비용을 조달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마힌드라가 자본 투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쌍용차는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2011년 인수했는 데, 2016년 한 해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냈다. 지난 2017~2019년에는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봤다. 2017~2018년 600억원대였던 영업손실은 2019년 2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쌍용차의 판매 대수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2020년 1분기 판매량(녹다운생산 포함)은 2만41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4900대) 대비 30.7% 줄었다. 쌍용차는 월 평균 1만대는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보는 데, 올해 실적은 이에 못미치는 셈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을 백지화한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마힌드라는 "인도의 경우 현재 21일 간의 전면 봉쇄라는 유례없는 조치가 내려졌다"며 "자본분배 기준을 더욱 강화해 위기 상황과 그 이후에도 마힌드라가 견실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마힌드라 전체가 생산을 중단하게 된 상황에서 현금 확보가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방한해 산업은행을 찾은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마힌드라는 "자금 지원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쌍용차를 지원하는 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쌍용차가 자본적 지출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모두 포함된다. 쌍용차 자체 구조조정과 자금확보를 주문한 것이다.

마힌드라는 이와 함께 ▲포드와 합작해 개발한 SUV 플랫폼 W601에 대한 사용권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기술 지원 ▲현재 진행 중인 자재비 절감 프로그램 지원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 지원 등을 하겠다고 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말 기준 단기 차입금이 2500억원, 장기 차입금이 1600억원에 이르며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에는 운영 자금을 대기 위해 평택공장을 담보로 산은에서 100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가 오는 돌아온다. 산업은행은 모기업이 지원이 선행해야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