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태반 바이러스 막는 장벽 역할… 태아 감염 극히 드물어
임신 초기 약물 사용 주의… 자연분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 커 금기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일만인 지난 3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다. 이 중 임산부는 8명이며 1명은 이달 6일 무사히 출산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확진 임산부 가운데 아직 중증 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산부는 평상시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어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지만, 임신부는 면역학적·생리학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경기 시흥시가 임신부에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건강꾸러미'를 지급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사진은 임산부에게 지급하는 시흥시 '건강꾸러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임산부 치료법이 일반 코로나19 환자 치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문제는 중증도 임산부 환자를 치료할 때 폐렴 증상이 심한 경우 항바이러스제인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 등의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특히 임신 초기에는 약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약을 쓰는데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와 태아 사이의 수직 감염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태반의 역할 덕분에 임산부로부터 태아로 자궁내 수직감염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본다.

태반은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 등을 산모로부터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균은 통과시키지 않는 장벽 역할을 하며 태아를 보호한다. 태반 장벽을 이루는 영약막세포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수용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감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임산부의 증상이 경증인 경우, 직접적인 약물치료보다는 증상에 대한 보조적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모체의 면역력에 따라 약 없이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30대 임산부 환자가 임신 상태에서 입원해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 특별한 치료제를 쓰지 않았는데도 태아에게 아무런 이상 없이 퇴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이달 6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 산모가 제왕절개로 신생아를 분만했다. 다행히 신생아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태아의 수직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임산부로부터 태아로 자궁내 수직감염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중국 우한대 중난병원 연구진도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9명의 임산부 사례를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9명의 신생아 모두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수직감염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연구팀은 신생아의 콧물, 양수, 제대혈, 모유 등에서 바이러스 검출 검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다만, 출혈이나 분비물이 많은 자연분만은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금기사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출산 방법에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고 안내하고 있으나, 분만 과정에서 비말(침방울) 등으로 인한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출산법을 선택하는 게 권장된다.

보건당국도 출산 뒤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출산 뒤 산모가 여전히 감염 시기라면 접촉을 통해 신생아에게 전염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주의와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모가 강력히 원하거나 부득이하게 신생아 접촉이 필요한 경우에는 산모와 신생아 사이에 커튼을 두거나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소아감염학회는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산모의 모유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아직은 모유를 통한 전파 유무를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완치될 때까지 수유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WHO는 부득이하게 모유수유를 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 위생을 점검한 후 유축(모유를 미리 빼내 저장하기) 방법을 통해 진행할 것을 권장했다.

반대로 아기는 감염되고 부모는 감염되지 않았을 땐, 보건용 마스크·장갑과 방수가 되는 긴팔 가운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아기를 돌볼 것을 권했다. 전파를 막으려면 아이에게 직접 마스크를 씌워야 하겠지만 1살 이하 영아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유를 먹일 땐 일회용 젖병을 사용하고 바로 폐기해야 한다. 엄마와 아기가 모두 확진자인 경우에만 직접 수유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