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최근 경쟁적으로 시도한 브랜드 정체성(BI) 변화에 수요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서둘러 적용해달라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변경된 브랜드 로고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며 단지 명과 주거 브랜드, BI가 집값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과거보다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 태도가 훨씬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의 새 주거 브랜드인 ‘포레나’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아파트 주택 브랜드명을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변경했다. 이후 포레나를 걸고 공급된 4개 단지의 분양이 모두 완료됐다. 이에 힘입어 한화건설은 이미 분양된 8개 단지 브랜드도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단지 명을 교체했다.

현대건설이 2015년 4월 선보인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도 프리미엄 주택 이미지를 무난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미 입주를 끝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대한 소비자 평가도 좋은 편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송파 파크 센트럴’ 진입로 문주에 걸린 주황색 구름 로고를 빼기 전(상단)과 후의 모습.

반면 브랜드에 손을 댄 이후 소비자의 반발에 시달리는 회사도 있다. 올해 6월 입주를 앞둔 송파구 거여동 ‘e편한세상 송파 파크 센트럴’은 최근 단지 문주에 걸린 ‘e편한세상’ 브랜드의 주황색 구름 모양 로고를 뗐다. 대림산업은 올해 e편한세상 브랜드 출시 20주년을 맞아 BI와 로고 디자인을 변경했고, 이 사실을 입주 예정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변경된 로고 디자인 적용에 반발하며 대림산업 측에 구조물은 물론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도 달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12월 입주한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위례 부영사랑으로’도 소유자들이 비용을 부담해 작년 10월 ‘위례더힐55’로 단지 명을 바꿨다. 부영의 BI인 원앙과 주택 브랜드인 ‘사랑으로’를 입주민들이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이 아파트의 로고와 명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아파트 브랜드와 단지 명 등이 단지 이미지와 집값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수주를 위해 최근 대우건설, 호반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건설사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준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브랜드 이름과 로고만 바꾼다고 기업이나 아파트에 대한 평판과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게 아니므로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려는 차별화된 전략과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익숙해진 브랜드를 자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