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1일(현지 시각)부터 산유량을 사상 최대인 하루 12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일 국영 아랍뉴스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달 예고한 대로 4월 첫날인 1일 원유 생산량을 상향했다. 이는 그간 최대 산유량이었던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하루 1100만 배럴을 단숨에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외부 전광판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6일 러시아와 벌인 산유량 감산 합의가 결렬되자 감산 합의 종료 시점인 4월 1일부터 공격적으로 증산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유가 전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 3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사이에서 유지된 감산 합의를 지킨 사우디의 3월 하루 평균 산유량은 970만 배럴 정도였다.

아람코는 5월부터 원유 수출량도 사상 최대인 일일 1060만 배럴로 높일 계획이다.

사우디가 예고대로 산유량을 대폭 늘리면서 미국 및 러시아와 감산 협의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사우디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들 국가들이 합의를 통해 석유생산 감축과 가격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일 백악관에서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 등 석유업계 대표들을 만나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WTI원유선물은 야간시장에서 2.07달러(10.19%) 오른 22.3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3국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해운사 바흐리(Bahri)는 19척의 대형 유조선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공급 확대 의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석유업계 내부에서도 정부 개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신종 코로나 경제대책에서도 에너지 기업 관련 내용이 빠지는 등 현 시점에서 미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기업을 도울 방법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우디의 증산 의지가 확고해 단기에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라며 "4월 중 국제유가는 3월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10달러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사우디가 가격전쟁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BC는 "수개월간의 재정적인 고통을 견디면서 수출 증대를 추구하면 사우디는 결국 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의 도박은 왕국을 해칠 수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유가 전쟁의 지속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산유국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WSJ는 "OPEC 회원국 중 몇은 석유 가격 전쟁으로 겪을 고통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현금자원과 원유 생산량을 늘릴 능력이 부족한 이란·이라크·알제리·리비아·앙골라·베네수엘라 정부는 코로나19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지출을 대폭 삭감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OPEC 회원국들의 석유·가스 수입이 전년보다 50~80% 감소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