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배당금 지급·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책에 제동
PBR,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낮지만 주가 요지부동

신한지주(055550)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가 부양책을 당분간 하지 않도록 권고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은행주 투자심리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했다. 자사주 소각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에 없애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보다 더 강력한 주가 부양책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KB금융(105560)지주는 작년에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이 소각하기로 한 자사주는 총 548만여주로 총 발행주식의 1.1%에 해당한다.

금융업종별 및 은행별 1분기 주가하락률 현황.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신한금융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3월 25일 신한금융 주가는 2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달 2일 종가는 2만675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소폭 회복하면서 신한금융 주가도 반짝 올랐지만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은행주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주의 하락폭은 33.6%로 코스피지수 하락폭(20.2%)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까지 떨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37배)나 1998년 IMF 외환위기(0.28배)때보다 낮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낮은 PBR을 근거로 은행주 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주는 PBR과 무관하게 투자자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종목이 돼버렸다"며 "은행 PB들도 은행주에 투자하라는 권유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가 부양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은행주에는 악재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 등을 중단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로 인한 금융위기에 대비해 충분한 자금 공급 능력을 갖추라는 의미에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은 이미 유럽에 본사를 둔 은행들에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위기대응 총괄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원활한 자금공급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권고한 방안이 은행의 주가 부양책을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등은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영국 PRA의 권고가 나온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