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가 하락에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친 셰일업계에서 첫 파산 사례가 나왔다. 국제유가보다 셰일 오일 채굴 원가가 비싸진 데다 우한 코로나로 수요도 줄어들어 미국 셰일 시장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 시각) 미국 셰일 기업 ‘화이팅(Whiting Petroleum)’이 이날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원유 가격 폭락으로 인한 첫번째 공개거래 피해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파산보호신청(미국의 파산법 제11장)이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비롯해 채무 상환이 일시적 연기 등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세일 석유를 채굴·생산하는 화이팅은 하루만에 주가가 47% 폭락하며 몸값이 3200만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150억 달러(약 18조55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화이팅의 부채는 27억달러(약 3조3480억원)에 달하고, 5억8500만달러(약 7242억3000만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초대형 셰일업체인 옥시덴탈의 경우 핵심 경영진 중 하나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옥시덴탈 경영진은 지난해 다른 셰일업체 아나다코를 거액에 인수해 외부 충격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은 적 있다.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 등 혁신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셰일 업계는 채굴 원가가 높아 유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선 버티기 어렵다. 셰일유의 생산단가는 배럴당 40~50달러 쯤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부채와 높은 정크본드 비율도 재정상황의 빠른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는 18년만에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한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인한 수요 침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경쟁적인 원유 증산 여파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원유(WTI)는 전일비 0.8% 내린 배럴당 20.3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1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 소속 존 프리맨 애널리스트는 "다른 기업들도 뒤를 따를 것"이라며 "현재 수준의 유가에선 기업들이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캘론(Callon Petroleum) 등 일부 셰일 기업들은 최근 부채 재조정을 위해 자문을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오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와 관련해 석유 업계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엑슨모빌의 대런 우즈,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옥시덴탈의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다. 미국 석유업계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