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일주일 앞두고 학부모들 우려
교육부 "남은 일주일 동안 집단지성 모으겠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육당국이 ‘온라인 개학’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학사일정 조정 계획이나 가정 내 PC부족 문제, 학업 집중도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개학을 두고 "학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입장과 "감염병 문제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갈라지고 있다. 교육부는 일주일가량 남은 기간동안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겠다고 했다.

제주지역 원격수업 시범 학교로 선정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1일 오전 한 교사가 교내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모의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입시 문제' 두고 반대 여론… 靑청원도 이어져
1일 맘카페나 입시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온라인 개학을 두고 학업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나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진학을 앞두고 입시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정모(53)씨는 "수능이 연기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온라인 수업을 1학기 내내 들을 수도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며 "온라인 개학은 말 그대로 각 가정에 교육 책임을 미루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온라인 개학을 할 경우 제대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강동구에 사는 이모(46)씨는 "둘째가 올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컴퓨터로 진행되는 수업이 과연 정상적인 수업 만큼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은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온라인 개학을 반대하는 청원이 하루새 8개 올라왔다. △맞벌이 가정 등은 실질적인 자녀의 학습 지원이 어려운 점 △다자녀 가정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부족한 점 △저학년의 경우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 △실습 중심의 과목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에서 한 강사가 고2,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리영역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9월 개학 주장도… 온라인 개학 불가피 의견 다수 "집단 감염 나오면 더 큰 문제"
일부에선 아예 개학을 연기해 9월부터 학기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해외 주요 국가들과 입학시기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호주를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주요 국가 대부분은 9월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학사 공백 등을 이유로 9월 학기제는 검토하지 않았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학부모 의견도 많았다. 맘카페들에선 "아직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는데 어쩔 수 없다" "나라가 이런 상황에서 연기하는게 맞는다" "아예 집에서 교육하려고 인터넷 강의도 끊어뒀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참여한 국민 70% 이상이 개학 연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37)씨는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나와서 수업 들으라고 하면 그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불가피하게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 만큼 관련 정책을 잘 마련해서 차질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부 측은 "유래없는 온라인 개학을 두고 학부모들이 걱정하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아직 개학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있고, 현장 선생님들의 ‘집단지성’을 발휘해 여러 문제점들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다.